GS칼텍스 베테랑 센터 한수지(32)가 다 낫지 않은 발목을 이끌고 코트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다.
지난 1월 15일 발목 수술을 받은 한수지의 챔피언결정전 출전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당시 재활에 3~4개월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사실상 시즌 아웃이 점쳐졌다.
그러나 한수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착실한 재활과 개인 훈련을 틈틈이 병행하며 모두의 예상을 깨고 28일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1세트 교체로 처음 코트를 밟은 뒤 3세트에는 아예 선발로 나서 팀의 3-0 승리에 기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를 각각 1개씩 기록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경기 후 만난 한수지는 “긴장을 하긴 했다. 내가 제일 언니라 티는 안 났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긴장을 한 게 맞다”고 약 3달 만에 V리그 코트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사실 이날 한수지의 발목 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주치의가 지금으로부터 2주 뒤에 점프 훈련을 진행하라고 권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팀퍼스트’ 정신 앞에서 발목 통증은 문제가 아니었다.
한수지는 “교수님이 2주 뒤에 풀로 점프를 하라고 하셨지만, 막상 지금 해보니 통증이 별로 없었다”며 “또 교수님이 하지 말라는 동작을 잡아주는 아대가 마침 있어 그 도움을 받았다”고 뿌듯해했다.
한수지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다만, 당시 포지션은 세터. 이후 줄곧 장신세터로 활약하다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우승이 얼마나 짜릿한지 느껴봤기에 센터로도 정상을 맛보고 싶다. 한수지는 “포지션을 바꿔서 통합우승이 가까워졌는데 새로운 기분이고, 뭔가를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며 “3차전에서 빨리 끝내고 싶다”고 우승 의지를 밝혔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에 백전노장 한수지의 가세는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가능케 한다. 특히 공 하나에 승패가 좌우되는 단기전일수록 베테랑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한수지가 발목 수술에도 챔프전 출전을 자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한수지가) 최고참으로서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기회가 되면 쓰고 싶었고, 역시 베테랑답게 잘해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