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여제의 저력” 박인비, 시즌 첫 출전에 통산 21승째…기아클래식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1.03.29 10: 05

 “이런 게 바로 여제의 저력이다.”
박인비(33, K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출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실전 감각’도 ‘골프 여제’ 박인비에게는 통하지 않는 개념인 모양이다.
박인비는 한국시간 29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609야드)에서 열린 ‘기아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약 20억 3,600만 원, 우승상금 27만 달러=약 3억 500만 원)에서 와이어투와이어로 우승했다.

[OSEN=칼즈배드(미 캘리포니아주), 이사부 통신원]박인비가 9번홀 티샷을 바라보고 있다. /lsboo@osen.co.kr

2021시즌 첫 우승이면서 개인통산 21번째 우승이다. 올 시즌 앞선 3개의 대회에선 미국의 제시카 코다, 넬리 코다, 오스틴 언스트가 차례로 우승했는데, 미국 선수들의 연승행진도 박인비의 손에 의해 끊어졌다.
‘기아 클래식’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기아’의 미국법인이 후원하는 대회다. 박인비도 2010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 동안 준우승만 3차례(2010년 2016년 2019년) 했다. 
박인비의 개인통산 21승 수확은 LPGA 투어 한국 선수 개인통산 최다 기록인 박세리의 25승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의미가 있다. 박인비는 지난 해 2월 13일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 우승으로 개인 통산 20승에 도달해 있었다. 
박인비의 기아 클래식 우승은 내주에 열릴 2021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컵 사냥을 위해서도 좋은 징조다. 박인비는 이미 메이저대회에서만 7번의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기아 클래식에서 박인비는 전성기 때 못지않은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첫 라운드부터 66타로 버디 사냥을 시작한 박인비는 이후 라운드에서 69-69-70(274)타를 기록해 한 번도 선두를 위협받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하는 상황이 최종라운드 16번홀에서 나왔다. 이 홀은 파4로 설정돼 있지만 티잉그라운드를 앞당기면 전장이 긴 파3처럼 운용되는 홀이다. 기아 클래식의 시그니처 홀이기도 하다.
이날도 극적인 재미를 위해 16번홀은 247야드로 설정돼 있었다. 박인비는 12, 13번홀 연속 보기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15번홀까지 13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리고는 있었지만 미국의 에이미 올슨과 렉시 톰슨이 9언더파로 뒤를 쫓고 있었다. 선두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확신하기도 어려운 타수차였다.
이런 묘한 시점에 박인비의 저력이 터졌다. 3번 우드를 잡고 티샷을 한 공이 핀 우측 7~8미터 거리에서 멈췄다. 시즌 첫 출전 대회이지만 전성기 못지않은 퍼팅 감각을 보여준 박인비는 코스 설계자가 노린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랐다. 한참을 굴러간 공이 홀컵으로 뚝 떨어졌다. 마침내 여제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이날 박인비는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를 적어내며 2타를 줄였다. 최종 스코어는 14언더파 274타였다.
박인비를 추격하던 렉시 톰슨과 에이미 올슨이 9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고, 고진영이 8언더파 4위, 김효주가 7언더파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