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의 추신수(39)가 한국 야구 인프라의 열악한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신수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시범경기 첫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마쳤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18타수 5안타) 4타점 4볼넷 6삼진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4할9리, 자가격리 후 충분하지 않은 연습량에도 장점인 눈야구와 높은 출루율을 선보였다.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2안타 포함 3출루로 점점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리그는 시범경기 수가 적다. 추신수는 "환경이 바뀌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생각하는 것은 끝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보다 맞춰 가야 한다. 마치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느낌과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고,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여기에 맞춰 가야 한다.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을 해왔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다. 분위기, 환경이 바뀌어서 그기에 맞춰야 한다. 짧은 시간에도 컨디션을 맞춰야 한다"고 시범경기를 마친 소감을 말했다.
추신수는 잠실구장에서 처음 뛰어봤다. 잠실구장은 원정팀에게 편의 시설이 부족하고 라커룸 등 공간은 좁다. 추신수는 잠실구장 원정팀 환경을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얘기하면, 사실 1군이라고 하면 메이저리그도 그렇고 KBO도 1군에서 뛰기 위해 꿈꾸며 노력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면서도 국제대회 성적이 대단한 것이 놀랍다. 좋은 환경이라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선수가 많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원정팀 시설로 실내 배팅 케이지가 없는 것을 꼬집었다. 추신수는 "(잠실구장에는) 원정팀을 위한 실내 배팅 케이지가 없다. 최소한의 준비만 있어서 아쉬웠다. 2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해 선수들이 몸 풀고, 배팅을 한 30개 치고 경기에 들어가게 된다. 야구가 그렇게 쉽지 않다. 모든 준비를 다 하고도 안 될 수 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원정팀의 야구장 훈련 시간에 앞서 실내에서 배팅을 칠 수 있으면 더 좋다는 의견이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한 것.
추신수는 이날 오전 9시 반쯤 잠실구장에 도착했는데, 마침 LG가 자율 훈련을 하고 있어서 그라운드에서 나홀로 러닝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특타를 준비하고 나온 그는 오전 10시, SSG의 훈련 시간이 시작되면서 타격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잠실구장은 LG와 두산이 함께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원정팀의 공간이 더욱 부족하다. LG와 두산의 실내 훈련장이 있는데, 원정팀은 사용할 수 없다. (일례로 LG는 이날 낮 12시 경기로 앞당겨지면서, 선수들이 야외 훈련 대신 경기 직전에 실내에서 배팅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실내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추신수는 오전 10시 이전에 개인 특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신수는 또 "원정팀 트레이너 치료 공간도 부족하고,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다. 미국에서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왔다갔다 하면서 몸을 풀곤 한다. 여기는 준비 자체가 없다. 나는 1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는데, (한국 야구장 환경에서는) 과연 몇 명의 선수가 그렇게 준비할 수 있는지..."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추신수 스스로가 언급했듯이 "내가 이겨 내야 할 부분이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마무리했다.
그래도 추신수에게 한국은 고국이고 고향이다. 그는 야구 환경 변화에 대해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정도는 아니다. 언어, 음식, 부모님과 친구가 있어서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야구만 생각하면, 어려움은 있다"며 "어린 나이에 이겨냈는데. 이건 별거 아니다. 산전수전을 겪고 미국에서 이겨낸 경험이 있기에. 말이 통하는 친구가 있고, 도와주는 선배와 코칭스태프가 있는데, 못 이겨내면 말이 안 된다. 나만의 루틴을 못하는 것은 있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이런 환경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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