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 V리그 여자부의 진정한 주인공은 GS칼텍스였다.
2020-2021시즌에 앞서 대중의 관심은 온통 흥국생명에게 쏠려 있었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의 영입으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의 한솥밥에 시선이 집중됐는데 여기에 배구여제 김연경까지 전격 국내 복귀를 결심하며 단숨에 이번 시즌 통합우승 후보로 올라섰다. ‘절대 1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2년만의 통합우승을 향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를 저지한 팀이 있었으니 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친 GS칼텍스였다. 돌풍의 시작은 컵대회였다.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둔 흥국생명의 손쉬운 우승이 예상됐던 상황. 그러나 조직력을 앞세운 GS칼텍스가 예상을 깨고 셧아웃 완승으로 ‘어우흥’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정규리그도 흥국생명 세상이었다.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이 포진한 흥국생명을 막을 자가 없었다. GS칼텍스도 2라운드까지는 힘을 쓰지 못한 상황. 개막 10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 17승 3패를 거두며 선두를 독주했다.
손쉽게 1위를 차지할 것 같았던 흥국생명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가 학폭 미투사태로 이탈한 5라운드부터 브레이크 없는 추락을 겪으며 5, 6라운드 2승 8패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GS칼텍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라운드 흥국생명전 3-0 완승을 비롯해 3승 2패로 역전의 시동을 건 뒤 6라운드 4승 1패로 또다시 어우흥을 뒤집고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제는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니었다. 돌풍이라고 표현하기엔 전력이 너무도 탄탄했다. 메레타 러츠-강소휘-이소영의 막강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안혜진, 권민지, 문명화, 한다혜, 한수진 등 코트 내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치며 서서히 통합우승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역시 정규리그 1위의 클래스는 달랐다. IBK기업은행을 2승 1패로 꺾고 올라온 흥국생명은 예전의 흥국생명이 아니었다. 전력의 핵심인 쌍둥이자매의 이탈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대에 1승도 허용하지 않는 맹폭을 가했다. 일부 주전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흥국생명 앞에서 팀플레이의 정석을 뽐냈다. 그리고 이는 창단 첫 통합우승이자 V리그 여자부 최초의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새 역사로 이어졌다.
2020-2021시즌의 진정한 주인공은 흥국생명이 아닌 GS칼텍스였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격언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