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의 이적으로 안 그래도 부족했던 좌완투수가 더욱 부족해진 두산. 올해는 왼손 손끝에서 나오는 형님들의 관록에 기대를 걸어본다.
두산이 지난 2일 제출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좌완투수는 아리엘 미란다와 남호 둘 뿐이었다. 선발 자원인 미란다를 제외하면 불펜은 남호가 유일. 스프링캠프서 이교훈, 최승용 등 가능성 있는 왼손투수들이 연일 쇼케이스를 펼쳤지만, 아직은 퓨처스리그가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캠프서 재기를 외쳤던 ‘형님 좌완 듀오’ 이현승(38)-장원준(36)은 왜 엔트리에서 빠졌을까. 함덕주가 트레이드로 떠나며 좌완 기근이 극심해졌지만,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1군에서 통할만한 컨디션이 아니다. 이현승은 시범경기서 2경기 평균자책점 9.00(1이닝 1실점), 장원준은 3경기 9.00(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터. 퓨처스리그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은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우완투수 위주로 엔트리를 꾸렸다”며 “이현승, 장원준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지만, 아직까지 기존 우완투수들보다 못하다. 또한 144경기를 쭉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2군에서 준비를 착실히 하라고 말했다”고 진단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고 이들이 올해 김 감독의 플랜에서 제외된 건 아니다. 시즌은 길고 두 선수의 체력은 한계가 있기에 천천히 1군에 등록시킨다는 계획이다. 전력 약화로 인해 예년에 비하면 두 선수를 향한 기대가 상당히 커진 상황. 물론 개인의 시즌 준비도 착실했다.
형님 듀오가 1군에 올라온다면 뒷문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승과 장원준은 과거 김태형호의 왕조 구축을 이끈 주역들. 이현승은 통산 610경기 56세이브 80홀드, 장원준은 376경기 129승을 기록 중인 백전노장이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구속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지만, 시범경기서 노련한 볼배합을 통해 헛스윙을 유도하며 새롭게 살 길을 찾았다.
특히 2018년부터 3년 연속 부진과 부상에 시달린 장원준을 향한 기대가 남다르다. 불안한 선발진을 뒷받침할 롱릴리프 임무에 최적화된 자원이라는 평가다. 김 감독은 “올해 선발 5명이 이닝을 채워준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원준이는 선발 바로 뒤에 나와 길게 던질 수도 있다”며 “분명 필요한 순간이 오기 때문에 2군에서 몸을 잘 만들고 있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과연 형님 좌완 듀오가 올 시즌 두산의 약점 가운데 하나인 왼손 불펜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선수는 지금 2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