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5→11→2' 빨라진 홈런 시계, '미래 4번' 한동희 성장도 빠르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07 07: 07

“본인이 극복해야 한다. 또 극복할 것이라고 믿어아죠.”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의 올해 3월은 매우 불안했다. 모두가 걱정할 만큼의 슬럼프였다. 스프링캠프 이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기간 동안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안치홍 등 베테랑 주전 멤버들은 타격감을 시즌 개막에 맞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한동희도 주전 3루수로 시즌 개막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지만 아직은 여유 있게 시즌을 준비할 연차는 아니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기간 한동희가 주춤하던 사이 3루 자원인 김민수는 매서운 타격감으로 개막 엔트리와 주전 내야수들을 위협했다. 한동희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3푼3리(30타수 7안타)에 그쳤다. 김민수는 같은 기간 타율 3할5푼5리(31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9회초 1사 주자 2,3루 롯데 한동희가 중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rumi@osen.co.kr

한동희는 올해 평균 10도를 밑돌았던 발사각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준비를 했다. 지난해 데뷔 이후 최고인 타율 2할7푼8리(461타수 128안타) 17홈런 67타점 OPS .797로 잠재력을 터뜨렸지만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조정 과정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특히 하이 패스트볼을 비롯한 높은 코스의 공에 스윙을 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 타구를 계속 띄우려고 하다보니 높은 코스의 공에 파울 타구가 많이 나왔다. 높은 공에 파울이 됐고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줄었다”고 말하며 지난해의 시행착오, 그리고 올해 발전이 필요한 지점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한동희의 3월 한 달 간 내용도 결국 타구를 띄우기 위한 과정의 시행착오라고 볼 수도 있다. 허문회 감독도 한동희가 높은 코스의 공에 자주 배트가 나가고 인플레이 타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범경기가 끝난 뒤 허문회 감독은 한동희의 발전 과정이라고 믿으면서 “극복할 것이다. 극복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첫 경기인 4일 문학 SSG전, 6일 창원 NC전 첫 2경기에서도 한동희는 지난 3월의 과오를 반복했다. 하이 패스트볼은 페어지역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실투는 놓쳤고 투수들의 유인구에 배트가 자주 나갔다. 6일 NC전 5-4로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던 7회초 2사 만루 타석에서는 NC 임창민의 몸쪽 높은 코스의 슬라이더 실투는 지켜보며 스트라이크를 당했고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한동희는 결국 해냈다. 6-5로 다시 리드를 잡은 뒤 맞이한 9회초 1사 2,3루에서 NC 원종현의 146km 높은 코스의 투심을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무안타에 허덕이던 한동희는 시즌 첫 안타를 슬럼프 탈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홈런포로 장식했다. 허문회 감독의 믿음은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출발에 앞서 다소 헤매긴 했지만 한동희는 매년 자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데뷔 이후 매년 첫 홈런 생산 시점은 빨라지고 있다. 2018년 31경기, 2019년 15경기, 2020년 11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올해는 두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이 터졌다. 한동희를 향한 허문회 감독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이 믿음과 자신감을 꾸준히 심어준 결과다.
한동희는 경기 후 “시범경기 때부터 밸런스가 안 올라왔다. 계속 방망이가 안 나와 걱정이었는데 형들, 코치, 감독님께서 계속 '편하게 해라,이번 타석엔 칠 수 있을거다' 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셔서 좋은 결과 나온 것 같다”면서 “가운데 직구를 생각하고 있었고 이번엔 무조건 친다 하고 자신있게 돌린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시즌 첫 홈런의 소감을 밝혔다.
과연 한동희는 지난 봄의 슬럼프를 딛고 올 시즌 얼마나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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