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5선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쟁에서 밀려난 김윤식(21·LG)이 절치부심하며 반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김윤식은 지난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3차전에 구원 등판해 4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선발투수는 김윤식을 제치고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한 이상영. 그러나 극심한 제구 난조로 매 이닝 위기에 처하며 2⅔이닝 만에 투구수가 67개에 달했다. 사사구는 무려 5개. 3회에도 사구와 볼넷으로 2사 1, 2루를 자초한 가운데 류지현 감독은 혼란을 수습할 두 번째 투수로 김윤식을 택했다.
김윤식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 타자 박경수를 풀카운트 끝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낸 뒤 7회까지 4⅓이닝을 사사구 없이 1실점으로 묶는 안정감을 뽐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였지만, 빠른 템포를 통해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고, 장기인 투심을 살리며 범타로 손쉽게 타자를 요리했다. 두 차례의 시범경기서 평균자책점 6.43으로 흔들린 김윤식의 반전이었다.
김윤식은 경기 후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밸런스가 좋지 못했는데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좋은 밸런스와 함께 변화구 제구가 잘 됐다. 그러면서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김윤식에게 5선발 탈락은 전화위복이 됐다. 자신의 문제점을 냉철히 진단하고 보완을 위해 평소보다 이를 더 악물었다. 포수 유강남은 “원래 (김)윤식이는 우타자 기준 바깥쪽 투심을 자신 있게 던지는 투수다. 그런데 최근 그게 안 들어가다 보니 위축이 됐다”며 “내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계속 질문을 했고, 이에 위축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이렇게 좋게 바뀌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본인도 이날 호투 비결로 투심을 꼽았다. 김윤식은 “작년 초반 좋았던 투심을 효과적으로 쓰면서 타자를 맞춰 잡았다. (김)재성이 형과 (유)강남이 형의 리드에 맡기고 내 공을 던지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류지현 감독은 이민호, 임찬규의 초반 합류 불발로 외국인투수 2명에 함덕주-정찬헌-이상영으로 이어지는 임시 로테이션을 꾸렸다. 자연스레 이민호, 임찬규가 돌아올 경우 김윤식을 포함 총 8명의 조합을 두고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 그런 가운데 김윤식이 이날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며 향후 경쟁 전망을 밝혔다. 현재로서는 1+1 전략에 쓰일 가능성이 높지만, 임찬규와 이민호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기에 한 자리를 꿰차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김윤식은 “5선발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선발 경쟁보다는 내 투구를 먼저 찾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오늘(8일)처럼 맡은 역할을 다하고 씩씩하게 던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