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T 위즈 선발진에는 무려 3명의 에이스가 있다.
에이스는 지난 시즌 207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을 따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담당한다. 그리고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강렬한 활약으로 2020시즌 신인왕을 거머쥔 소형준이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해 개막전 선발의 영광 역시 그의 차지였다.
KT는 두 선수를 내고도 대구 원정 3연전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했다. 지난 8일 LG전과 9일 삼성과의 첫 맞대결을 연달아 내주며 첫 연패에 빠진 상황. 그러나 10일 믿었던 소형준의 4이닝 4실점 조기강판하며 6-7 역전패를 당했다. 11일 데스파이네가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며 패전을 당했다. 4연패에 빠진 KT는 2승 5패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에이스도, 토종 에이스도 위기의 KT를 구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원조 에이스’ 고영표다. 4연패를 반드시 끊어야한다는 부담 속에 13일 잠실 두산전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고영표는 지난 2017년 8승 12패 평균자책점 5.08로 활약한 KT의 ‘원조 에이스’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정든 수원KT위즈파크로 돌아왔다.
연습경기서 인상적인 투구로 일찌감치 선발 한 자리를 꿰찬 고영표는 지난 7일 수원 LG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성공적인 1군 복귀를 알렸다. 2018년 10월 10일 롯데전 이후 무려 910일만의 1군 마운드였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한층 노련해진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KT는 고영표가 나선 7일 LG전 승리 이후 4연패 수렁에 빠졌다.
고영표의 통산 두산전 18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31(48이닝 23자책)이다. 2017년 5경기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에서는 18경기 승리 없이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5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데이터는 이렇지만, 현재 KT 선발진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는 투수가 바로 고영표다. 오프시즌부터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안정감을 뽐냈고, 복귀전에서도 흐름을 그대로 이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내가 생각했던 기본 제구력과 결정구를 갖고 있다. 4, 5선발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이 그냥 선발투수로서 좋은 투구가 예상된다”고 칭찬했다.
최대 경계대상이었던 오재일이 삼성으로 이적한 부분도 호재다. 고영표는 오재일에 통산 타율 .550(20타수 11안타) 1홈런으로 상당히 약했던 터. 이제는 타율 .450(20타수 9안타) 3홈런으로 고전했던 김재환만 조심하면 된다.
고영표의 출격과 함께 두산전 강세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KT에게 두산은 2018년까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두산 수석코치 출신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부터 포비아 극복에 성공했다. 최근 2년 연속 두산에 9승 7패 상대전적 우위를 점하며 자신감을 장착했다.
한편 이에 맞서는 두산은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란다는 시범경기 부진과 함께 왼쪽 삼두근 통증으로 개막전 선발 등판이 불발됐지만, 7일 잠실 삼성전에서 데뷔전을 갖고 5이닝 무실점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김태형 감독은 “최고의 투구를 했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