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머신 재발견’ 안치홍, 낯선 1번 옷 입고 부활하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13 06: 04

부활의 기미가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31)이 지난해의 부진을 씻기 위해 초반 질주를 하고 있다. 본인에게 낯선 타순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올해 안치홍은 1번 타자로 낙점을 받았다. 허문회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안치홍과 딕슨 마차도의 1번 타자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가장 많은 1번 타자 시험대에 올랐다. 팀 전체적인 출루율과 타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고 결국 안치홍을 낙점했다. 개막 이후 치른 7경기에서 안치홍은 계속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안치홍은 커리어에 오점을 남겼다. 이적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24경기 타율 2할8푼6리(412타수 118안타) 8홈런 54타점 49득점 OPS .764의 기록에 불과했다. 건강하지 않은 몸 상태가 시즌 내내 이어졌고 부담감으로 연결되며 아쉬움이 짙었다. 지난해 막판에는 오윤석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더 이상 안치홍에게 무주공산의 자리가 아니었다.

9회초 2사 주자 1,2루 롯데 안치홍이 좌익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rumi@osen.co.kr

그럼에도 안치홍은 지난해 비교적 낮은 타율에도 출루율은 3할5푼1리를 기록했다. 타율과 약 7푼 차이를 기록했다. 2019시즌까지 출루율과 타율의 차이는 평균 6푼2리였는데, 지난해도 6푼5리로 커리어와 비슷했다. 타율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비율 스탯도 하락했지만 그 차이는 유지했다. 선구안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허문회 감독은 이 지점에 주목했고 1번 타자로 고려했다.
사실 안치홍에게 1번 타순은 낯설다. 지난해까지 통산 4911타석에 들어섰는데 1번 타순에서는 161타석 밖에 들어서지 않았다. 지난해도 1번 타순에서 단 한 차례만 선발 출장했다. 지난해 7월 10일 사직 두산전에 1번 타순에 들어섰는데 이날 역시도 KIA 소속이었던 2016년 10월 5일 이후 1374일 만이었다.
낯설지만 안치홍은 1번 타순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표본은 적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안치홍 스스로 절치부심 한 것도 있지만 출루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1번 타자로 거듭났다. 현재 안치홍은 타율 3할3푼3리(27타수 9안타) 1홈런 5타점 4득점 OPS .981로 맹활약 하고 있다. 출루율은 무려 5할에 달한다. 지난 10~12일 사직 키움 3연전에서는 볼넷만 8개를 얻어냈다. 특히 11일 경기에서는 2안타 3볼넷으로 5출루 경기까지 달성했다. 롯데 이적 후 5출루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안치홍이 현재의 출루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현재 부진한 손아섭(타율 .229/출루율 .270)이 본래 모습을 되찾는다면 막강한 테이블세터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롯데의 타격도 한층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안치홍 개인적으로도 올해 부활 여부는 자신의 향후 거취와도 연계되어 있다. 지난해 롯데와 2+2년 최대 56억 원의 계약을 맺은 안치홍이다. 올해로 계약 2년차 시즌이 끝나면 구단과 선수가 계약 연장 상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구단이 먼저 선택권을 갖고 있기에 안치홍이 부활한 모습을 보이면 충분히 잔여 계약인 2년 31억 원을 지불한 의사를 보일 터. 구단이 연장 계약 의사를 내비치지 않더라도 안치홍은 올해 부활한 모습으로 시장에 나가서 다시금 자신의 가치를 책정 받을 수 있다.
안치홍은 조금씩 1번 타자라는 옷에 적응하고 있고 부활의 원년을 보낼 것이라고 몸소 보여주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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