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마지막은 아빠의 볼을 받다...어느 특별한 시구 [오!쎈 광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04.13 20: 04

"오케이!".
13일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앞두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특별한 시구와 시포가 있었다. 시구는 아버지, 시포는 아들이었다.
이날은 5년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하다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불펜포수 이동건(28)의 송별식이 있었다. 외삼촌의 사업을 돕기 위해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인생을 선택했다. 

13일 송별식에서 시구에 나선 아버지 이시형씨가 아들 동건을 껴안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송별식에서 이화원 대표이사는 골든글러브를, 조계현 단장은 기념 유니폼을 전달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주장 나지완도 선수단을 대표해 꽃다발을 전달하며 이동건의 새로운 앞날을 응원했다. 
이동건은 광주일고-인하대 출신으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입단해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었다. 불펜에서는 투수들의 구위를 진단하는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오케이!"라며 투수들의 공을 힘차게 받아주어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특별하게 아끼던 불펜포수였다.
성실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 평판이 좋았다. 상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기부하는 등 선행도 앞장섰다. 올해부터는 육성선수로 신분이 격상됐다. 구단에서는 계속 함께 하기를 원했으나 서른의 나이를 앞두고 새 인생을 선택했다. 
송별식이 더욱 각별했던 것은 아버지의 이시형씨의 시구였다. 이동건은 "어릴 때 처음으로 야구를 할 때 내 볼을 받아주신 분이 아버지였다. 송별식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볼을 받아 너무 각별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아버지께서 집안 형편이 어려웠는데도 야구를 끝까지 시키켰다. 그러면서도 허리 수술을 네 번이나 받으셨다. 빚도 많았다. 올해 그 빚을 다 갚았다. 이제는 제가 더 잘해드려야 한다"며 각별한 효심도 보였다. 
맷 윌리엄스 감독과 주장 나지완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이시형씨는 구단의 시구 요청을 받자 아들 몰래 초등학교를 찾아 시구 원포인트까지 받았다. 그리고 이날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이동건은 어느때보다 힘차게 "오케이!"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이동건은 "2017년 우승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수도권에서 생활하는데 KIA 경기에 응원하러 가겠다. 야구와는 전혀 다른 일이라 쉽게 적응이 안되지만 잘해볼 것이다"고 약속했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