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서 5선발로 분류된 고영표(30)가 알고 봤더니 KT 위즈의 에이스였다.
KT 이강철 감독은 군에서 돌아온 고영표의 투구에 상당히 만족해하며 그를 스프링캠프 초반 일찌감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다. 다만, 2018년 10월 10일을 끝으로 1군 무대를 떠난 그였기에 지난해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소형준, 배제성의 뒤를 받치는 5선발 보직을 부여했다. 취재진을 향해 선발 순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낯선 1군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영표를 하위 로테이션에 배치하는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5선발이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KT다. 개막전 선발로 출격한 2년차 소형준은 첫 경기서 5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10일 삼성을 만나 4이닝 4실점 조기 강판됐고, 배제성 역시 8일 LG에게 4⅓이닝 6실점으로 혼쭐이 났다.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도 연달아 패전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으며, 또 다른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는 등 담 증세로 오는 15일 첫 등판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고영표는 달랐다. 7일 수원 LG전이 무려 910일만의 복귀전이었지만, 긴 공백이 무색하게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고, 전날 잠실에서 두산을 만나 6이닝 3실점으로 2018년 10월 10일 롯데전 이후 916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KT 역시 고영표가 나선 2경기서 모두 승리했다. 7일 7-3 승리 이후 4연패 늪에 빠지며 최하위로 떨어진 KT는 다시 고영표가 등판한 전날 연패를 끊어내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고영표의 퀄리티스타트가 주효했다.
2014년 KT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한 고영표는 2017년 25경기 8승 12패 평균자책점 5.08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원래 입단 당시 불펜을 맡았지만, 김진욱 전 감독 부임과 함께 선발로 전환하며 야구인생의 새 장을 열었다. 2017년 4월 29일 LG를 상대로 거둔 생애 첫 완봉승은 아직도 KT 팬들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순간. 그리고 약 4년이 흐른 현재 당시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으며 다시 에이스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령탑이 꼽은 고영표의 최대 강점은 꾸준함과 안정감이다. 이강철 감독은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선발투수가 1명 와서 좋다”며 “고영표는 확 무너지는 투수가 아니다. 변화구가 좋고 경기를 운영할 줄 안다. 쉬고 왔는데도 구위가 나쁘지 않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몸을 잘 만든 부분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선수 본인에게도 전날 승리는 1승 이상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팀의 4연패 탈출에 일조했다는 부분이 만족스럽다. 고영표는 “승리투수가 된 것도 좋지만 팀의 4연패 탈출에 공헌한 게 더 좋다”며 “오늘(13일) 경기는 내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서 75점을 매기고 싶다. 첫 경기는 70점이었는데 앞으로 이렇게 조금씩 점수를 올리면서 가보겠다. 오늘의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은 느낌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