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새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좀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령탑도 원인을 뚜렷하게 찾을 수 없는 부진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미란다의 제구 난조 원인을 분석했다.
미란다는 전날 KT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5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원인은 이른바 '볼질'. 1회부터 볼을 남발하며 2⅓이닝 만에 투구수가 77개에 도달했다. 상대 선발 고영표는 5회까지 76개를 던졌는데 미란다는 2⅓이닝 만에 이를 넘어섰다.

당연히 스트라이크(42개)-볼(35)의 비율이 1대1에 가까웠고, 최고 구속 150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등을 곁들였지만, 카운트 싸움이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구종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김 감독은 “제구력 문제”라고 진단하며 “직구 제구가 어느 정도 괜찮았는데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안 던져도 될 타이밍에 던지며 카운트를 잡지 못했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틀어졌다”고 바라봤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체인지업에서 카운트를 다 빼앗겼다.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가서 결과가 나와야하는데 볼이 됐고, 다음에 직구로 카운트를 잡으려고 하다가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좀 더 잘 던지려고 한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날도 춥고 자꾸 경기가 길어져 일찍 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란다는 지난달 22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도 볼을 남발하며 ⅔이닝 3피안타 5볼넷 7실점 59구로 흔들린 바 있다. 이후 데뷔전 5이닝 무실점으로 반등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불과 1경기 만에 다시 기복을 보이며 물음표를 지우는 데 실패했다.
김 감독은 “제구 문제는 일시적인 것 같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며 “본인이 빨리 깨우쳐야 한다.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갖고 있어도 맞을 것 같으면 못 던지는 게 투수다. 본인 스스로를 믿고 해야한다”고 선수를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