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은 전날 직접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는 김민규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
김민규는 지난 13일 잠실 KT전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6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다.
선발 아리엘 미란다가 2⅓이닝 만에 77개를 던지며 교체된 가운데 롱릴리프 자원 김민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작은 깔끔했다. 2-1로 앞선 3회 1사 만루 위기서 등판해 박경수를 우익수 뜬공, 심우준을 포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며 미란다의 승계주자 3명을 모두 지웠다.

그러나 4회부터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안타와 볼넷으로 처한 2사 1, 2루서 유한준에게 1타점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장성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계속된 만루 위기서 조용호에게 1타점 역전 적시타, 박경수에게 좌월 만루홈런을 각각 맞으며 빅이닝을 헌납했다.
만루가 된 순간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자신감을 북돋아줬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14일 잠실 KT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민규의 페이스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보였다. 처음에는 좋다가 그 다음에 밸런스가 흔들렸는지 자기 공을 못 던졌다”며 “마운드에 올라 괜찮으니 자신 있게 던지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흔히 하는 말로 맥아리가 없어 보였다. 팔을 계속 흔들고 표정에서 벌써 지고 들어갔다”며 “화요일이라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어주길 바랐다. 1점씩 주더라도 긴 이닝 소화를 기대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전에도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인데…”라고 아쉬워했다.
김민규는 지난해 두산이 발굴한 히트상품이다. 대체선발과 롱릴리프로 1군 29경기를 소화한 뒤 플레이오프 2경기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 한국시리즈 3경기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42의 호투를 펼치며 가을 영웅으로 재탄생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도 선발의 뒤를 책임지는 롱릴리프 임무를 부여받았다. 기존 선발이 로테이션에서 이탈할 경우에도 대기 1순위는 김민규다.
김 감독은 “올해 김민규와 김명신을 선발 뒤에 나오는 투수로 준비시켰다”며 “명신이는 몸도 괜찮고 페이스도 좋은데 민규는 자신감이 왔다 갔다 한다. 앞으로도 영향이 있으니 자신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