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 형은 저에게…" 21세 에이스의 행운은 멀리 있지 않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19 06: 00

“행운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3년차 토종 에이스 원태인(21)에게 포수 강민호(36)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자 망설임 없이 돌아온 대답이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태인은 강민호와의 만남 자체를 ‘행운’이라는 한 단어로 확실하게 요약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로컬 보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원더 보이’로 거듭나고 있다. 3년차, 21세의 나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선 두 시즌 동안 후반기가 아쉽기는 했다. 전반기 32경기(25선발) 8승7패 2홀드 평균자책점 3.18(147이닝 52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후반기에는 21경기 2승11패 평균자책점 7.20(105이닝 84자책점)으로 부진했다.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7회말 2사 1,2루에서 삼성 원태인이 롯데 이병규를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강민호의 격려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가고 있다. /sunday@osen.co.kr

하지만 조금씩 격차를 줄여가고 있고 올해는 개막 3경기지만 역대급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7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지난 13일 대구 한화전 6이닝 10탈삼진 1실점에 이어 토종 투수로는 2014년 양현종(당시 KIA) 이후 7년 만에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펼쳤다. 3경기 평균자책점 1.00(18이닝 2자책점)으로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1위다. 
패스트볼 구속도 신인 시절보다 점점 상승해 이제는 140km 후반대까지 끌어 올렸고 주무기 체인지업에 비해 아쉬웠던 슬라이더의 완성도도 높였다. 토종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착실하게 닦았다. 그리고 원태인의 성장을 이끈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강민호다. 원태인은 입단과 함께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대한민국 최정상급 포수인 강민호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강민호와의 만남이 행운이라고 밝히는 이유다.
“대한민국 1등 포수인 (강)민호 형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행운이다. 볼배합을 많이 배우고 있고 민호 형의 리드에 고개를 한 번도 흔들지 않고 믿고 던진다”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원태인이었다. 18일 롯데전 역시 원태인은 강민호의 말을 믿고 투구를 펼쳤다.
원태인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 역으로 패스트볼로 승부를 보자고 얘기를 했는데 경기 중에 민호 형이  ‘변화구가 오늘은 많이 좋다. 슬라이더가 더 좋으니 카운트와 결정구 모두 활용해보자’는 패턴을 말씀을 하셔서 그런 패턴으로 던졌다. 민호 형 덕분에 잘 던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나이를 초월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태인과 강민호의 나이 차는 15년. 아직 입단 3년차에 불과한 젊은 투수가 대선배를 형이라 부르는 것은 보기 드문 일. 하지만 강민호는 약관의 신인을 향해 먼저 다가갔고 그 역시도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됐다.
그는 “민호 형이 먼저 선배라고 부르지 말고 형으로 부르라고 하셨다. 투수와 포수는 가까워야 한다고 먼저 말씀을 하셔서 형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웃으며 “그래서 더 편하게 다가가고 많이 물어보고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의 성장과 도약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앞선 두 시즌 동안 스스로 후반기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위에서 영감을 얻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을 본받고 있는 원태인이다. 그는 “뷰캐넌의 좋은 루틴을 많이 배우고 있고 올해는 비시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양을 늘렸고 꾸준히 하고 있다. 후반기에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면서 “후반기에 가봐야 알겠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1회말 무사에서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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