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최) 지훈이가 해줘야 한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매 경기 타순을 두고 고민이 많다. 올 시즌 팀의 강점이라고 여겼던 공격이 기대한 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감독이 짠 선발 타순을 보면 계속 바뀌고 있다.
시즌 개막 전에는 1번에 최지훈을 두고 추신수, 최정, 제이미 로맥, 최주환, 한유섬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타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김 감독은 2번에 로맥을 두고 추신수를 3번, 최정을 4번에 배치했다. 5번 최주환, 6번 한유섬은 예상대로였다.
이 타순은 지난 10일 LG전부터 변화가 계속 생겼다. 특히 1번을 두고 김 감독의 큰 고민이 엿보인다.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부터 10일 LG 트윈스전까지 1번 타자는 최지훈이었다.
발도 빠르고 외야 수비가 좋은 선수다. 지난 해 한 시즌 동안 대졸 신인으로 값진 경험을 쌓으면서 투지도 보여줬다. 1번에 두면 팀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컸다. 지난 시즌에는 경험이 부족했지만, 올 시즌에는 기복이 줄고 ‘공격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즌 초반 두 경기는 안타를 생산했다. 하지만 이후 타격감이 좀처람 올라오지 않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타순에 변화를 줬다. 지난 11일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고 베테랑 김강민을 먼저 1번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13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다시 1번 타자에 넣었다.
하지만 3타수 무안타. 결국 김 감독은 최지훈을 8번, 9번으로 돌렸다. 최근 두 경기, 17일과 18일 KIA전에서는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래도 교체투입 된 것은 워낙 발이 빠르고 좋은 수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깨도 강하다.
방망이만 잘 맞으면 된다. 김 감독은 “결국 지훈이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태곤과 김강민, 고종욱이 번갈아가며 1번에 들어갔지만 김 감독은 최지훈이 빠르게 타격감을 찾길 바라고 있다.
최지훈도 마음이 무겁다. 잘 해보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 열심히 준비했고, 근성이 강한 선수다. 하지만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 눌리고 있다. 외야 수비 만큼은 자신감이 넘치지만, 가장 먼저 팀 공격의 시작을 알려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다.
최지훈은 “시즌 초반에 2경기 잘 풀렸고, 계속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후 1~2경기 안 좋았을 때 바로 걱정을 잘 털어내야 했는데 고민이 더 깊어졌고 조급해졌다”고 말했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는 이유를 부지런히 찾고 있다.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끊임없이 하고, 코치진과 선배들에게 계속 조언을 구하고 있다. 최지훈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정확하게 오는 공을 치려다보니 타이밍이 늦었다”고 자신의 문제점을 살폈다.
후배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선배들도 격려하고 있다. 최지훈은 “감독님을 비롯해 조동화 코치님, 이진영 코치님, 김강민 선배, 추신수 선배, 한유섬 선배 등 모두 ‘충분히 잘 하고 있다. 너무 안 되는 것에 집착하지 말아라’라는 조언을 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지훈은 지난해 한 시즌을 뛰면서 ‘제2의 김강민’으로 꼽힌 선수다. 타격 능력이 있고 외야 수비 능력이 탁월한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이제 2년 차다”라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여전히 기대치는 크지만, 프로 2년 차가 안고 있을 부담이 걱정될 뿐이다. 최지훈 본인도 알고 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답을 찾기 위해 계속 베팅 게이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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