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마일(156km). LA 다저스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34)이 3년 만에 97마일 강속구를 뿌렸다. 공교롭게도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은 뒤 반등했다.
잰슨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말 공 10개로 가볍게 삼자범퇴 요리하며 다저스 승리를 지켰다. 시즌 4세이브째를 거둔 잰슨은 평균자책점도 2.25로 낮췄다.
첫 타자 미치 해니거를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카일 루이스와 카일 시거를 연속 헛스윙 삼진 잡아냈다. 루이스에겐 95.1마일(153km) 커터로 삼진을 뺏어냈고, 시거에겐 97마일 싱커에 이어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전성기 강력한 모습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다저스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316세이브를 기록 중인 잰슨은 위력적인 커터를 앞세워 2016~2017년 2년 연속 40세이브 이상,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조금씩 구속이 떨어지며 하향세가 시작됐고, 큰 경기에서 계속 무너지며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6차전 우승 순간에도 잰슨 대신 훌리오 유리아스가 마무리했다. 올 시즌도 지난 8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9회 1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급기야 다저스 홈팬들에게 야유까지 받았다. 지난 1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홈경기에서 9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관중들이 일제히 잰슨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잰슨은 다음 3타자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 후 잰슨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나야 한다. 참을 만큼 참았다. 포기하지 않고 팀이 또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난 잰슨이 화난 게 좋다. 화가 나야 한다"며 반색했다. 이날부터 잰슨은 4경기에서 3세이브를 따냈다. 4⅓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투구 내용도 위력적이다.
지난 2018년 6월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이후 3년 만에 97마일 강속구를 찾은 게 고무적이다. 잰슨의 공을 받은 다저스 포수 오스틴 반스는 "몇 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공을 던지는 방식이 명확해졌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다. 그는 타자를 공격하고 싶어 한다"며 부활을 기뻐했다. 커터 일변도에서 벗어나 투심 비율을 늘렸고, 로케이션을 낮게 가져간 효과를 보고 있다.
잰슨은 올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 5년 총액 8000만 달러 FA 장기 계약이 끝난다. FA 재취득을 앞두고 반등이 꼭 필요한 시즌이다. 97마일 강속구를 찾은 잰슨이 지금 이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