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러' 에이스, 명품 수비에 감동하다…'웰컴 투 두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23 05: 12

새로운 유형의 투수가 두산의 에이스로 등극하려고 한다. 
두산 베어스 워커 로켓은 똑바로 오는 공이 거의 없다. 주무기는 최고 150km를 상회하면서 타자들 앞에서 살짝 가라앉는 투심 패스트볼.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도 속도를 갖추고 있으면서 낙차가 크다.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고 이를 경기 운영의 기반으로 삼는다. 땅볼/뜬공 비율은 3.17에 달한다. 2위인 KT 고영표(2.18)과 차이가 크다. 독보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은 로켓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경기였다. 7이닝 5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2승 째를 따냈다. 병살타 2개 포함해 12개의 땅볼을 유도해내면서 ‘땅볼러’의 기질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뜬공 타구는 1개 밖에 없었다. 이날 최고 151km의 투심(52개)을 중심으로 최고 139km까지 찍은 체인지업(39개), 여기에 낙차 큰 커브(15개)까지 곁들이며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22일 오후 부산사직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말 두산 선발투수 로켓이 역투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3루수 허경민과 유격수 김재호가 버티는 3-유간 라인은 모든 투수들이 안심하고 던질 수 있는 철벽이다. 2루수 최주환(SSG), 1루수 오재일(삼성)이 FA로 이적했지만 2루는 박계범과 오재원, 1루는 트레이드로 합류한 양석환이 버티고 있다. 이전보다 무게감이 떨어졌지만 수비력은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백업진에도 신인 안재석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최근 두산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크리스 플렉센(시애틀)은 모두 강속구 기반의 뜬공 투수들이었다. 린드블럼은 두산 소속이었을 때 땅볼/뜬공 비율이 0.638이었고 플렉센도 0.881에 불과했다. 가장 큰 잠실구장의 이점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었다. 로켓은 다른 유형의 투수다. 내야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날 역시 1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손아섭의 3루 파울라인 쪽의 큰 바운드 타구를 허경민이 걷어내 아웃시키며 로켓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허경민과 김재호는 바쁘게 움직이며 로켓이 만들어 낸 땅볼 타구를 처리하게 바빴다. 1루 송구가 다소 나빠고 양석환이 절묘한 숏바운드 캐치로 걷어내며 1루에 주자가 생기는 상황을 원천 차단했다. 대량 득점과 함께 로켓의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경기 후 만난 로켓도 두산의 수비에 감동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미 두산의 수비력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 이상이었다. 로켓은 “우리 팀이 수비에 특화된 팀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 수비를 보면서 놀랐다. 오늘 수비진들이 없었다면 경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비록 유형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앞서 린드블럼과 플렉센이 했던 것처럼 두산의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번호도 같은 34번이다. 그 역시도 등번호 34번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는 “34번을 달았던 선수들이 모두 잘 됐다. 긍정적인 등번호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등번호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나의 목표를 뚜렷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9회초 2사 2루에서 두산 허경민이 삼성 김상수를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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