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정은원(21)은 올 시즌 '볼넷왕'으로 거듭났다. 리그 최다 17개의 볼넷으로 2위권에 3개 차이가 난다. 16경기 중 12경기에서 볼넷을 얻어냈고, 2개 이상 멀티 볼네도 4경기. 투수들이 쉽게 승부를 들어가기 어려운 거포 유형의 중심타자들이 볼넷을 많이 얻기 마련인데 정은원은 1번 타자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추구하는 출루 야구의 핵심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 볼넷을 많이 얻어냈지만 안타는 잘 나오지 않았다. 지난주까지 13경기 타율 1할대(.179)에 머물렀다. 하지만 "타율보다 출루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수베로 감독은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높은 정은원을 1번타자로 고정한 뒤 타순을 흔들지 않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이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면서 출루율도 높다. 1번타자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번주부터는 안타도 터지기 시작했다. 주중 키움과의 대전 홈 3연전에 안타 5개를 쳤다. 시즌 타율도 1할대에서 벗어나 2할4푼5리로 끌어올렸다. 출루율은 4할3푼9리로 리그 전체 8위. 타석당 투구수도 4.82개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정은원은 "지난주 스트레스를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준비한대로 하고 있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코치님, 선후배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해줘 좋게 생각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볼넷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정은원은 수베로 감독을 만나 장점 극대화로 경쟁력을 높였다. 그는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에 따라 주어진 역할은 다르겠지만 나 같은 유형은 출루에 가장 큰 목적을 둬야 한다. 1번이 아닌 어느 타순에서든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선수가 정은원이다. "감독님, 코치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는 만큼 당장 결과가 안 나와도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는 정은원은 리빌딩 중인 한화의 어린 리더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정은원은 "어린 나이지만 팀에 후배들이 많다.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셔서 어린 선수들이 뭔가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내가 딱히 하는 건 없다"며 '애테랑'이라는 별명에 대해선 "그만큼 더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