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피칭으로 유명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34)에게도 구속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일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피네스피처다. 강속구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파워피처를 선호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거의 유일한 피네스피처이기도 하다.
최근 3시즌 동안 45경기(273⅔이닝) 20승 9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한 류현진은 같은 기간 20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들 중에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상위 5명을 살펴보면 디그롬, 류현진, 게릿 콜(뉴욕 양키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로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91마일(146.5km)에 못미치는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4/23/202104230057773123_60819dcc9145f.jpg)
류현진의 포심 평균 구속은 2시즌 연속 90마일(144.8km)을 밑돌았다. 지난 시즌에는 89.8마일(144.5km), 올 시즌에는 89.7마일(144.4km)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포심,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모두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류현진에게 구속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고 최고구속을 찍는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는 특별히 경쟁력이 있는 구속이 아니다보니 굳이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류현진도 반드시 넘겨야하는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바로 포심 평균구속 89마일(143.2km)이다.
최근 3시즌 동안 류현진이 등판한 45경기 중 포심 평균 구속이 89마일을 넘기지 못한 경기는 3경기(14⅓이닝)가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2패 평균자책점 8.79를 기록했다. 피안타율도 3할4푼3리(67타수 23안타)에 달했다. 반대로 평균 89마일 이상을 기록한 42경기(259⅓이닝) 20승 7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2푼7리(968타수 220안타)로 낮았다.
물론 류현진이 평균 89마일 이상을 던진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9마일 이상을 던지고도 부진했던 경기도 많다. 그렇지만 평균 구속이 89마일 아래로 내려간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속은 단순히 공의 빠르기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투수가 평소 기록하던 평균 구속과 특정 경기에서 던지는 평균 구속을 비교하면 그 투수의 그날 컨디션을 가늠할 수 있다. 류현진의 경우에도 단순이 구속이 낮아져서 공략당했기 보다는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보니 구속도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포심 평균 구속은 88.7마일(142.7km)에 머물렀다.
다음 등판에서 류현진이 반등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팬들은 다음 경기에서 구속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