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이강철은 소형준 부진이 오히려 반갑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4.23 14: 04

“빨리 이런 걸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KT 이강철 감독이 신인왕 출신 소형준의 두 번째 시즌 부진을 오히려 반겼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났다는 속담처럼 차라리 이른 시기에 찾아온 고비가 오히려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시선이다.
지난해 26경기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강렬한 활약 속 신인왕을 거머쥔 소형준. 이에 힘입어 올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낙점되는 등 더 큰 기대가 모아졌지만, 3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52의 부진을 겪으며 지난 17일 1군 제외를 통보받았다.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2사 1루 KT 선발 소형준이 교체되고 있다./ksl0919@osen.co.kr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직구 구속. 원래도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었지만,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43.4km에서 141.7km로 하락했다. 직구로 중심을 잡지 못하다보니 다른 팔색조 변화구들까지 흔들리는 모습. 10일 삼성전에서는 무려 볼넷 5개를 내주며 4이닝(4실점) 만에 강판됐다.
어떻게 보면 예견된 부진일 수도 있다. 소형준은 지난해 팀의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당초 감독이 설정했던 한계 이닝(120이닝)보다 많은 133이닝을 소화했다. 모든 게 낯선 프로 무대에서 첫해부터 토종 에이스를 맡으며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많았을 터. 선발진의 핵심 선수인 그에게 3경기 만에 전격 열흘 휴식을 부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의 휴식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평가. 이강철 감독은 “확실히 던지는 체력이 떨어졌다”면서도 “이런 걸 빨리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형준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재목이며, 현재 거기로 가는 과정에 있다. 오히려 지금의 고비를 잘 이겨낸다면 완전히 성숙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해보다 마운드가 탄탄해진 덕분에 소형준 역시 보다 부담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돌아온 고영표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새 토종 에이스가 됐고, 이날 수원 롯데전 소형준 자리에는 4년 전 전체 1순위로 뽑힌 유망주 이정현이 등판할 예정이다.
소형준이 이번 열흘의 휴식을 통해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감독은 지금의 후퇴가 반드이 약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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