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독님 처음" 김민하 생일 축하 노래 불러준 수베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4.25 07: 09

"야구 11년 하면서 처음이었죠."
한화 외야수 김민하(32)는 스프링캠프 기간이었던 지난 2월24일 생일을 하루 앞두고 뜻밖의 사람에게 축하를 받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 모인 자리에서 김민하와 생일이 같은 하주석을 불러 세워 "해피 버스데이 투유~"라고 선창하며 축하 노래를 불렀다. 
지난 2011년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18년부터 한화에서 뛰고 있는 프로 11년차 베테랑 김민하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프로에서) 야구 11년 하면서 처음이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그런 감독님은 처음 봤다. 그날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린 김민하는 "감독님은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말 그대로 실패할 자유를 주신다"고 말했다. 

2회말 1사 만루 상황 한화 김민하가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한화는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 중이지만 중고참 선수들에게도 번갈아 선발 기회를 준다. 김민하도 팀의 18경기 중 8경기를 선발 출장했다. 24일 대전 LG전에서 김민하는 프로 데뷔 첫 4안타, 4타점에 볼넷 1개를 더해 5출루 경기를 펼쳤다. 시즌 타율 2할8푼 7타점 2도루. 볼넷 6개, 몸에 맞는 볼 2개를 얻어 출루율은 무려 4할5푼5리에 달한다. 
승리한 한화 수베로 감독이 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김민하는 "감독님은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으시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맞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선발로 나가면 경기 끝까지 교체하지 않고 맡겨주신다. '한두 타석 치고 빠지겠지'라는 생각이 없어 조금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대타도 거의 안 쓰시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이번에 못 치면 끝'이란 생각도 없어졌다. 교체로 매일 경기 후반에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끔 나가도 한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는 게 선수에겐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선발보다 교체로 뛰었던 김민하는 비로소 오랜 시간 자신을 눌러온 압박감을 떨쳐냈다. 24일 LG전 4안타 폭발 전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물렀지만 수베로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출루 야구를 아주 착실하게 수행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감독님과 워싱턴 타격코치님께서 타율보다 출루율을 중요시하셨다. 공을 너무 치려는 것보다 많이 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볼넷도 많아졌다. 그동안 몰랐던 볼넷의 맛이랄까, 볼넷 나가는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김민하(왼쪽)를 격려하고 있다. /sunday@osen.co.kr
수베로 감독은 경기 중에도 덕아웃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선수들과 멀찍이 떨어져 한 곳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대부분 감독들과는 동선 자체가 다르다. 김민하는 "감독님이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플레이에 대해 좋으면 좋다, 안 좋으면 이렇게 해보자고 바로 피드백을 해주신다"며 "엄청 디테일하시다. 뛰는 것부터 수비 백업을 가는 것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국내 감독님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집중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님이라고 해서 훈련이 절대 널널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팀의 중고참인 김민하에게 "어린 선수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좋은 롤모델이 되어 달라"고 주문을 했다. 김민하는 "우리 팀은 리빌딩 중이고,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경기에 나가 주전이 돼야 한다. 난 어린 선수들이 잘 안 풀릴 때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회말 1사 만루 상황 한화 김민하가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
이어 그는"내게 기회가 적게 와도 괜찮다. 이전에는 주전이 되고 싶었지만 작년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백업도 같은 야구 선수다. 조연 배우라고 해서 배우가 아닌 것이 아니다. 주전을 서포트하는 백업 선수 역할을 잘하겠다. 그러다 가끔 주역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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