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들었어요".
삼성 라이온즈의 영건 원태인(21)이 토종 에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개막 이후 뜨거운 볼을 던지며 선배 에이스 배영수와 윤성환의 길을 가고 있다. 140km 대 후반의 강속구, 체인지업에 날카로운 슬라이더까지 장착하며 아기사자에서 '라이온 킹'을 향해 진화를 하고 있다.
원태인은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서 6이닝 6피안타 4볼넷을 내주고 7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2실점으로 막고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이자 3연승을 달렸다.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1.50) 4위, 탈삼진(32개) 2위의 최상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을 했다. 원태인은 경기 후 호흡을 맞춘 주전포수 강민호의 칭찬을 받았다. 강민호는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도 잘 버텼다"며 대견해했다. 제구가 잡히지 않아 4개의 볼넷을 내주었다. 이전 3경기는 모두 1개씩만 허용했다. 6안타도 맞았다.
1회 무사 1,3루, 5회 무사 1,2루, 6회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1회는 후속 안타를 차단하고 1점만 내주었다. 5회는 적시타를 맞고 1사 1,3루에 몰렸으나 거물 최형우를 1루 병살로 유도했다. 6회는 대타 황윤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대량 실점없이 최소 실점으로 막는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강민호는 흔들리면 바로 빅이닝을 내줄 수 있는 위기에서 원태인이 침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는 점을 칭찬한 것이다. 지난 2년의 경험과 올해 확실하게 좋아진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에게는 값진 경험이자 성장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분좋은 승리였다.
원태인은 "볼넷을 제일 싫어하는데 볼넷이 많았다.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체인지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투수는 어쩔 수 없이 실점한다. 대신 빅이닝을 만들지 말고 최소 실점로 막자'고 생각했다. 민호 형이 '작년과 달라졌다. 안좋은 밸런스로 잘 버텼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웃었다.

원태인은 올해 구속이 빨라지고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좋아졌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는데 체인지업이 안좋으면 직구만 노리고 들어왔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집중 연습했고, 이제는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게 된 것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험까지 뒷받침되고 있다. 투수는 좋을 때는 좋은 볼을 던지고 승리도 쉽게 따낼 수 있다. 대신 컨디션이 저조할 때도 무너지지 않고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것이 에이스의 덕목이다. 원태인은 24일 에이스의 자질을 보여주며 멋지게 팀의 2연패를 끊어냈다. 그는 "작년보다 많은 이닝과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싶다. 도쿄(올림픽)도 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지금의 기세라면 갈 것 같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