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벤치멤버’ 설움 날린 임준수, “상대팀 전술 훤히 보여요” [오!쎈 인천]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1.04.26 06: 36

“선수생활 하면서 기자회견장에 처음 들어와 봅니다.”
임준수(31, 전자랜드)가 전자랜드 대반격의 시발점이 됐다. 
인천 전자랜드는 25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치러진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전주 KCC에게 112-67로 무려 45점차 대승을 거뒀다. 2연패 뒤 홈에서 반격에 성공한 전자랜드는 27일 인천에서 2연승을 노린다. 

45점차로 이긴 전자랜드는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점수차 승리팀이 됐다. 아울러 112점은 전자랜드 구단 역사상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전자랜드는 주전가드 김낙현의 체력저하가 눈에 띈다. 설상가상 최고참 정영삼이 무릎부상으로 3차전 결장했다. 박찬희 역시 부진으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유도훈 감독의 선택은 임준수였다. 이날 임준수는 14분 43초를 뛰면서 5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점슛 하나, 3점슛 하나를 실수 없이 모두 넣었고, 턴오버도 기록하지 않았다. 김낙현의 부담을 덜어주는 만점짜리 활약이었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임준수가 그 동안 경기 투입 도움보다는 여러가지 외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다. 내가 ‘멘탈코치’라는 단어까지 썼다. 박찬희에 대한 약점을 상대가 간파하고 있고, 앞선을 힘으로 미는 것이 임준수가 낫다고 생각해 투입했는데 오늘 잘해줬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에서 수훈선수로 인터뷰를 처음 해본다는 임준수는 “벼랑 끝에 몰렸다. 감독님부터 선수들까지 한마음 한뜻이었다.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란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대전고시절 임준수는 190cm의 큰 키에 송곳패스까지 갖춰 ‘장신가드’로 명성이 자자했다. 2014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임준수는 팀에서 주역으로 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올 시즌 정규리그 12경기 출전이 자신의 최다기록이다. 플레이오프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는 더더욱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임준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까마득한 후배들의 기를 북돋워주고, 팀훈련에서는 상대팀 전술을 훤히 꿰고 ‘가상 이정현’이 되어 후배들을 도왔다. 
임준수는 “강혁코치님이 ‘항상 준비하면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하셨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런 말씀을 매일매일 해주셨다. 준비하고 있으니까 감독님이 찾아주셔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기뻐했다. 
‘응원단장’이나 ‘멘탈코치’라는 수식어가 익숙했던 임준수다. 하지만 이제는 전자랜드 전력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선수가 됐다. 특히 KCC 전술을 훤히 꿰고 동료들의 움직임을 바로 바로 지시해 송곳패스를 찌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임준수는 “훈련 때 조끼를 입고 워낙 상대선수 역할을 많이 하다보니 상대팀 전술을 훤히 꿰고 있다. 본경기에 투입이 안되니 ‘난 언제 뛰어보나’ 싶었다. 오늘 출전시간을 얻었을 때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짜릿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뛴 임준수는 대기록까지 작성했다. 4쿼터 임준수가 마지막 레이업슛을 넣어 112점이 됐다. 전자랜드는 45점차 대승을 거둬 플레이오프 역대 한 경기 최다점수차 승리를 달성했다. 아울러 전자랜드는 구단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도 달성했다. 
임준수는 “내가 게임 뛰는 선수가 아니라 서포트하는 선수인데… 전자랜드 이름으로 마지막 시즌을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까지 당차게 바라봤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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