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
강력한 꼴찌 후보로 꼽힌 한화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창단 첫 10위로 추락한 뒤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며 쇄신에 나선 한화는 외국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해 새판짜기에 나섰다.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는 가운데 투타 모든 부문이 '물음표'에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화를 꼴찌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20년 만에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고, 정규시즌에 들어온 뒤에도 8승11패로 순위는 9위이지만 1위와 3경기 차이로 선전하고 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를 중심으로 공격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출루 야구,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팀 컬러가 확연히 바뀌었다. 1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도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도 변화를 직접 체감한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우승 후보' LG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23일은 2-1 진땀승을 거뒀고, 24일에는 5-19 대패를 당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한화 선수들이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 이전에는 벤치 분위기가 조용하고 가라앉았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주어지면서 그라운드 안의 모습들이 과감해졌다"고 말했다.
그 예로 류 감독은 지난 24일 경기, 4회말 2사 1,3루 상황을 들었다. 한화 3루 주자 김민하는 정은원 타석 때 LG 포수 김재성의 패스트볼이 나온 사이 홈을 파고들었다. 홈에서 아웃되긴 했지만 류 감독은 과감한 시도에 주목했다. 류 감독은 "주자의 스킵 동작, 리드 과정부터 봤는데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더라. 이전에는 안전하게,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는데 그런 부분이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이야기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줬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실패해도 위축되지 않게 독려해준다. 당장 눈앞의 1승도 중요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 시즌을 운용 중이다. 계약 기간 3년 동안 리빌딩 완수를 목표로 하면서 길게 바라보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금은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선수들이 강해지면 팀도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모두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장한 것보다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고무적이다"며 "우리가 리빌딩을 거쳐 승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때는 경기 초반부터 대타를 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 운영할 시기"라고 밝혔다.
선수들도 팀의 변화를 제대로 느낀다. 주루사가 많지만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고 있는 김민하는 "감독님이 실패할 자유를 주셨고, 선수들이 정말 편하게 야구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하루하루 성장을 하고, 팀이 좋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하다 보니까 '어, 이거 우리도 괜찮네' 하는 느낌을 받는다. 가을야구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자신했다.
노시환도 "수비에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내게 공이 오면 실수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없어졌다. 기술보다 마인드가 바뀐 게 크다"며 "감독님과 코치님이 항상 편하게 해주신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니 너희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하신다. 선수들이 압박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후회 없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