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소통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
이창원, 권성모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 권성모, 제작배급 파인스토리,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캐피탈원)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소통에 관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이게 장애를 다룬 특별한 영화라기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어려운 부분을 다룬다고 생각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거 없던 재식(진구 분)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여자 아이 은혜(정서연 분)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면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을 다룬 이야기.


진구는 “그동안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힐링이 되는 작품을 안 한 거 같더라. 색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진구는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바로 전달했다. 재식 캐릭터는 한심하기도 하고, 일이 잘 안 풀리는 인물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중간중간 지루하실 거 같아서 웃음 포인트를 살리려고 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실 저의 천진난만함을 담았다”고 자신의 실제 성격을 살려 캐릭터에 담은 과정을 전했다.
이창원 감독은 연출 의도에 대해 “그간 노인문제, 치매 문제 등 지체부자유를 주제로 한 영화를 자주 다뤘던 거 같다. 육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저는 어떤 불편한 것들을 가진 인간에게 관심이 간다. 그런 점에서 인간 본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감독은 권성모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권 감독도 “저희가 영화의 목표에 대해 합의를 했기 때문에 같이 하게 된 거다”라며 “이창원 감독님이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 제게 기준점이 됐다”라며 큰 충돌없이 영화를 만들어나간 과정을 전했다. 이 감독도 "둘이 연출하면서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약간의 차이는 작품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깊숙이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온 이 감독과 권 감독이 함께 연출하면서 '소통 방식'을 깨달은 셈이다. 이날 두 감독은 “시청각 장애인을 다룰 때 어려웠던 점은 소통이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가족들과 같이 있어도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 않나. 소통의 부재 속에 소통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타인에 대한 근본적 사랑을 갖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면, 훨씬 기적 같은 관계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고 감독으로서 자신의 지향점을 말했다.
권성모 감독도 “저희 영화는 상호보완적 소통에 관한 얘기”라며 “소통에 결함이 있다는 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비장애인이나 같다. 우리가 소통으로 가는 길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그 부분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역배우 정서연은 시청각 장애인 은혜 역을 맡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오늘 영화를 보고 슬퍼서 울 뻔했다. 근데 제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 놀라기도 했다.(웃음)”라며 “내가 여기 나올 줄 몰랐는데 이렇게 나와서 신기하다”라고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정서연 양은 이어 “(진구가) 너무 친절하게 잘해주셔서 감사했다. 소고기도 사주셨다”라고 말해 장내 웃음을 안겼다.
뜻하지 않게 은혜를 맡아 키우게 된 아빠 재식 역의 진구는 “서연이가 붙임성이 좋아서 제게 먼저 다가와줬다. 제가 사준 소고기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어린 친구랑 길게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라 촬영 전에는 부담감이 컸다. 저도 부족한데 다른 배우를 챙겨야 할까 싶어 걱정했는데 서연이는 연기도 잘하지만 어른들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서 오히려 힐링과 도움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정서연 양은 “처음 캐릭터를 맡았을 때 어떻게 하면 (시청각 장애인에)가깝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은혜가 눈에) 초점이 없어서 손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손이 눈이니까. 표현할 때 어려웠던 거 같다”고 말했다.
권성모 감독은 영화의 결말에 대해 “장애인을 둔 가족들은 그들을 위한 돌봄 노동을 해야하는 게 있다.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돌봄 노동을 하고 계신데 (결말에 따라) 저희가 그들에게 도덕적 강요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보면 폭력일 수 있지 않나.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저희가 그들의 인생을 시험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관객들이 보시는 것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전했다.
5월 12일 개봉.
/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