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T 위즈에 신본기가 없었다면? 내야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KT 입장에선 상상도 하기 싫은 가정이다.
시즌 초반 순항하던 KT는 지난 24일 수원 롯데전에서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이탈하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당시 3루 수비 도중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난 안치홍의 타구에 코뼈가 골절되며 최소 두 달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 황재균은 부기가 가라앉는 대로 수술 날짜를 잡을 예정이다.
이강철 감독의 근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주전 2루수 박경수도 21일 허리 부상으로 말소된 가운데 황재균까지 잃으며 당분간 주전 2명 없이 내야진을 꾸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 KT는 자원이 풍부한 마운드와 달리 야수 뎁스는 빈약한 편에 속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내야진 선수층이 얇다. 황재균이 돌아올 때까지 백업 자원들의 분발이 절실했다.

위기 속 이 감독이 제시한 임시 2, 3루 플랜에는 신본기, 천성호, 김병희가 이름을 올렸다. 그 중 핵심은 신본기. 신본기가 2루를 맡고 천성호가 3루를 보거나 신본기가 3루에 위치하고 김병희가 2루를 담당하는 그림이었다. 결국은 신본기를 중심으로 그날 매치업 및 선수 컨디션에 따라 구성을 다르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내야에서 사실상 전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베테랑 신본기의 존재감이 부각된 순간이었다.

사실 신본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 소속이었다. 경남고-동아대를 나와 2012 롯데 2라운드 14순위 지명을 받고 한 팀에서만 쭉 활약했다. 당시 탄탄한 수비로 ‘기본기’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8년에는 139경기 타율 .294 11홈런 71타점으로 타격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프로 입단 후 기부 및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2017년 사랑의 골든글러브도 차지한 그였다.
KT는 지난해 12월 투수 최건과 2022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롯데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통해 신본기를 박시영과 함께 영입했다.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의 합류로 입지가 좁아진 신본기가 트레이드 카드로 쓰이며 데뷔 처음으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경험이 풍부한 멀티 내야수 신본기는 위기의 KT에 큰 힘이 되고 있다. 2루와 3루를 오가며 일단 황재균 없는 2경기서 제 몫을 해냈다. 황재균 이탈 후 첫 경기인 25일 수원 롯데전에 7번 2루수로 나서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한 그는 27일 인천 SSG전에서는 7번 3루수로 이동해 2득점-1타점-1볼넷으로 팀의 14-5 대승에 기여했다.
KT 내야는 당분간 계속 ‘잇몸 야구’로 전력을 꾸릴 수밖에 없다. 박경수가 열흘을 채우고 오는 주말 KIA 3연전에 복귀하지만, 온전한 주전 2루수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 꾸준한 관리가 동반돼야 하는 선수다. 여기에 코뼈가 부러진 황재균은 빨라야 여름이 시작될 쯤 그라운드에 돌아올 예정. 그래도 이들이 없는 지난 2경기서 예상보다 탄탄한 전력을 뽐낸 KT다. 위기 속 만능 백업 신본기가 있어 참 다행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