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 고의4구가 논란이 된 탓일까. 허문회 롯데 감독은 주중 LG전에서 다소 의기소침해 보였다. 급기야 허문회 감독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했다.
허문회 감독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잘 되는 것과 잘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20경기를 치른 시점, 어떤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내가 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내가 좀 부족한 것 같다. (팀이)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 있다는 의미와 함께 선수단의 아쉬운 부분을 언급하는 대신 모두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렸다.

허문회 감독은 시즌 초반 선수 기용과 작전을 두고 팬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포수 지시완의 활용법, 최근에는 9회말 고의4구 타이밍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허문회 감독은 개막 초반 포수 3명을 엔트리에 뒀다. 그런데 공격력이 장점인 지시완(우타자)은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교체 출장해 시즌 첫 타석에서 결승타(2루타)를 때렸지만, 번번이 벤치 신세였다. 주전 포수는 김준태(좌타자), 첫 번째 백업으로 강태율(우타자)이었다.
롯데팬들은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불화설까지 언급했다. 성 단장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지시완을, 허 감독이 의도적으로 기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허 감독은 이에 대해 “데이터를 참고해서 기용하고, 특정 선수의 의도적인 배제는 없다”고 해명까지 해야 했다. 지난 18일 롯데는 야수를 보강하고 포수 2인 체제로 바꾸면서, 지시완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 25일 수원 KT전에서 9회말 자동 고의4구가 뒷말을 낳았다.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5-5 동점인 9회말 2사 2루에서 이홍구와 상대하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 그러자, 허문회 감독은 심판에게 자동 고의4구 사인을 보내 걸렀다.
딱히 불리한 카운트가 아닌 상황에서 고의4구가 지시됐다. 마운드에 선 김원중의 표정은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이후 김원중은 송민섭에게 볼넷, 김병희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김원중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글러브를 패대기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허문회 감독은 “원래 생각하고 있었다. 이홍구 보다 뒤 타석의 9번, 1번 타자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확률적으로 낫다고 봤다”며 “(덕아웃) 안에서 물어보고, 데이터도 보면서 한 번 더 확인하느라 타이밍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5할 승률을 오르내리고 있다. 순위는 7~8위권이지만, 워낙 촘촘하게 붙어 있어서 1위와 거리는 2~3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언제든지 올라갈 기회는 있다.
롯데는 28일 잠실 LG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10승 11패, 공동 6위가 됐다. 1위 삼성과는 2.5경기 차이. 올 시즌 가장 깔끔한 승리였다. 3득점 이하 경기에서 7전 전패를 기록했던 롯데가 3득점으로 승리한 것은 처음이었다. 선발 스트레일리에 이어 필승조 김대우-최준용-김원중이 1이닝씩 이어던지며 완봉승을 합작했다. 2연패를 끊은 허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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