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아들의 이름으로', 사과와 반성 모르는 그 사람에게[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4.29 11: 06

 대리기사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오채근(안성기 분)은 죽은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품고 사는 아버지다. 홀로 적적하게 지내던 그는 5·18 사태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광주 출신 여자 진희(윤유선 분)를 만나며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한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눈물샘이 솟구치는 진희를 위해 남자친구가 되어주기로 한 채근. 그는 진희의 아버지를 만나며 사과와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그때 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때 그 사람 박기준(박근형 분)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놓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그때 일은 역사가 평가해 줄 거야” “하나님도 다 용서해주실 거야”라고 말한다. 

영화 포스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는 80년 5월의 광주에 억울하게 사망한 수천 명의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있었지만, 무차별적 살해를 지시한 가해자들은 그것에 대해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현재까지도 과거사 청산작업에서 발생한 오류와 미흡한 점들을 바로잡기 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감독과 배우, 관객이 영화라는 매체로 접했을 때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데 그럼에도 이정국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이유는 바로 그 사건을 지시한 그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역사 속 거대한 담론이라기보다 한 남자 오채근의 서사에 집중해 1980년 신군부의 폭압에 반기를 든다.
영화 포스터
앞서 ‘김군’(2019) ‘임을 위한 행진곡’(2018) ‘5·18 힌츠페터 스토리’(2018) ‘택시운전사’(2017) ‘포크레인’(2017) ‘화려한 휴가’(2007) ‘박하사탕’(2000) 등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많았다.
특히 ‘26년’(감독 조근현, 2012)은 학살의 주범인 가해자를 단죄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을 표방했던 바. 그런 점에 있어서 동일 소재를 반복한 ‘아들의 이름으로’가 극적인 새로움이나 신선한 시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신군부 세력이 집권해 긴장감이 고조됐던 1980년 5월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광주를 배경으로, 경험자들의 증언과 감독의 상상을 결합해 만든 드라마 장르의 영화. 
다만 오채근으로 분한 안성기, 학살의 주범 박기준으로 분한 박근형, 피해자 가족 진희 역의 윤유선 등의 진심 어린 연기가 눈시울을 붉힌다. 잊히면 안 될 비극적인 역사를 상기시키며 관객들에게 단죄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연출을 맡은 이정국 감독은 데뷔작 ‘부활의 노래’(1991)에서 10·26 이후 민주화를 꿈꾸는 광주 시민들과 대학생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내놓았지만, ‘아들의 이름으로’에서는 그 시기를 애달프게 바라보면서도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시각 차이에 집중했다. 무려 30년 만에 다시 한 번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조명한 것이다. 복수극 장르 특유의 서스펜스와 긴장감보다 섬세한 연기와 반전 스토리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러닝타임 90분. 5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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