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외국인타자 조일로 알몬테(32)가 드디어 깨어났다. 좌·우타석 홈런은 마치 전임자였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보는 느낌이었다.
알몬테는 지난 30일 수원 KIA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2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5-3 대승을 이끌었다.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낸 그였다.
이날 전까지 22경기 타율 .287 2홈런 9타점 OPS .758로 리그에 적응 중이었던 새 외국인타자 알몬테. 4월 27일 SSG전 4안타를 비롯해 최근 10경기서 타율 .325를 쳤지만, 2홈런 장타율 .391 득점권 타율 .192라는 저조한 수치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안타는 꾸준히 나오되, 클러치 능력이 부족하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이날도 첫 타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회부터 선발 김유신의 제구 난조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맞이했지만, 유격수 앞 병살타로 흔들리는 상대 투수에 도움을 줬다. 3루주자 조용호의 선취 득점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알몬테는 두 번째 타석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2-3으로 뒤진 3회 2사 1루서 김유신의 초구를 받아쳐 좌월 역전 투런포로 연결한 것. 25일 수원 롯데전 이후 4경기만에 나온 시즌 3호 홈런이었다.

알몬테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5회 1타점 2루타와 6회 1타점 우전 적시타로 격차를 벌린 뒤 8회 1사 1, 2루서 김현준을 상대로 중월 3점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알몬테는 경기 후 “물론 내 경기력도 좋았지만, 팀 승리에 공헌해서 좋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승리하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KT 입단과 함께 지난해 정규시즌 MVP이자 전임자인 로하스와 줄곧 비교됐던 알몬테는 이날 비로소 로하스의 향기를 풍겼다. 로하스처럼 스위치히터인 그가 3회 우타석과 8회 좌타석에서 각각 홈런을 신고한 것. 이는 KBO 역대 10번째 좌우타석 홈런으로, 지난 9차례의 기록 중 무려 4차례(2018년 7월, 2019년 8월, 2020년 5월, 7월)를 로하스가 해냈다.
알몬테는 “마이너리그 더블A 시절 좌우타석 홈런을 쳐본 적이 있다”며 “좋은 결과가 만들어져서 기쁘고, 앞으로도 더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경기 동안 장타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계속 준비를 해왔고, 서서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은 알몬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는 “선수생활을 쭉 하면서 당연히 압박감이 계속 있었다”며 “적당한 긴장감은 도움이 된다. 긴장하지 않으려면 철저히 준비를 해서 준비한 것들이 다 나올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명문 뉴욕 양키스, 일본프로야구 등을 거친 알몬테는 “미국에서 야구할 때도 양키스라는 굉장히 민감한 팀에 있었다. 그 때부터 내게 원하는 기대치가 높았고,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국, 일본에서의 경험이 다 합쳐지면서 지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초석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 한국 투수들의 공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냐는 질문에는 “초반보다는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계속 준비를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더 나은 활약을 약속했다.
알몬테가 그 동안 KBO리그서 만났던 투수들 중 가장 까다로운 선수는 누구였을까. 그는 다른 외인들과 마찬가지로 SSG의 잠수함 박종훈을 꼽았다. 29일 인천에서 맞대결을 펼친 결과 2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에 그쳤다.
알몬테는 “박종훈이 지금까지 가장 쉽지 않았다”며 “전 구종이 똑바로 오는 게 없다. 무브먼트가 좋아서 대처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