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가 찬스에 번트라니, 안쓰러운 힐리 "그래도 믿는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5.01 11: 34

오죽 답답했으면 득점권 찬스에서 번트를 시도했을까. 한화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29)가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지난 30일 사직 한화-롯데전. 한화가 8-7로 역전한 5회 1사 1,3루 찬스, 한화 4번타자 힐리 타석에서 롯데 벤치는 투수를 사이드암 서준원으로 교체했다. 옆구리 투수 상대로 1할 타율도 되지 않는 힐리에 맞춘 표적 등판이었다. 
부담을 느꼈는지 힐리는 서준원의 초구에 기습 번트를 댔다. 서툴렀던 힐리의 번트는 투수 서준원 정면으로 원바운드가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번트에 롯데 내야도 2루 베이스 커버가 늦었다. 병살 기회를 놓친 서준원은 홈으로 던졌고, 포수 김준태가 런다운 플레이로 3루 주자 노수광을 태그 아웃시켰다. 한화의 공격 흐름이 끊긴 순간. 

7회초 1사 2루 한화 힐리가 1타점 적시 3루타를 날린 뒤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ksl0919@osen.co.kr

메이저리그 통산 69홈런 커리어를 자랑하는 힐리는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선 100만 달러를 꽉 채워서 한화에 입단했다. 노시환을 제외하면 장타자가 없는 한화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월 스프링캠프 때 힐리를 4번타자 1루수로 일찌감치 못박았다. 
그러나 4월 개막 22경기에서 힐리는 86타수 21안타 타율 2할4푼4리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볼넷 3개를 얻는 동안 삼진 19개를 당하며 병살타는 5개를 쳤다. 출루율 .278 장타율 .349 OPS .627로 기대했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1회초 1사 2, 3루 한화 힐리가 롯데 박세웅의 투구에 맞고 있다./ksl0919@osen.co.kr
특히 미국에 많지 않아 생소한 옆구리 유형 투수들에게 약점이 잡혔다. 21타수 2안타 타율 9푼5리에 불과하다. 볼넷 2개, 삼진 6개로 출루율 1할7푼4리. 상대 팀들은 힐리 타석이 되면 대놓고 옆구리 투수를 올린다. 옆구리 투수 상대 23타석으로 리그 최다. 바깥쪽 흐르는 공에 힘없는 땅볼 아웃 타구를 양산한다. 급기야 이날 경기에선 4번타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기습 번트까지 시도했다.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한화는 힐리를 믿는다. 수베로 감독은 "힐리 본인도 언더 유형 투수를 많이 보지 못해 생소하다고 한다. 연습할 때도 언더 유형의 높이로 치고 있다. 최대한 많이 보고 상대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될 것이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다. 100~120타석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 그때까지 슬럼프가 계속 되면 타순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르다"고 말했다. 4월까지 힐리는 90타석을 소화했다. 2경기 빼고 전부 4번타자. 나머지 2경기는 3번과 5번으로 중심타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화 타선을 이끌고 있는 하주석도 힐리를 응원했다. 하주석은 "팀이 원하는 장타가 나오지 않다 보니 힐리가 많이 힘들 것이다. 외국인 감독님, 코치님들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가 타지에 와서 잘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럴수록 더 친근하게 다가가서 힘을 주려고 한다"며 "힐리는 우리 팀 4번타자다. 선수들 모두 믿고 있고, 본인도 책임감을 갖고 잘할 것이라 믿는다. 아직 초반이니까 섣부르게 판단하기에 이르다. 오늘(30일) 장타 하나 나왔으니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격려했다. 
홈을 밟은 한화 힐리가 더그아웃에서 수베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번트 실패 후 다음 타석인 7회, 힐리는 구승민을 상대로 중견수 키 넘어 펜스 상단을 맞히는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10-7로 스코어를 벌린 1타점 3루타. 지난 21일 대전 키움전 2루타 이후 8경기 만에 나온 장타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지긋지긋한 4월을 끝마친 힐리가 5월부터 기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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