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많은 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고 이제는 ’뉴 노멀’이 ‘노멀’로 느껴질 만큼 바뀐 일상에 적응이 된 듯 하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거리두기, 먼 미래의 확신할 수 없는 코로나 시국의 종식 등에 대한 어두운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현재 시국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체육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이 연기됐지만 대한체육회는 올림픽이 열린다는 가정 하에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백신 접종은 올림픽 준비의 첫 걸음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9일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올림픽 참가 선수단의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야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 포함된 인원들은 오는 3일, 1차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파와 미성년자, 여권 만료를 앞둔 선수들을 제외한 116명이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그러나 백신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부작용과 불안감이다. 통상 10여 년의 연구 기간을 두고 수차례 임상 실험으로 만들어지는 백신이다. 하지만 유례없는 시국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해서 개발부터 출시까지 1년 만에 백신을 만들어냈다. 흔히 맞는 독감 백신도 부작용이 있지만 코로나19의 공포에 덩달아 백신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고열과 욱신거림, 구토 증상 등의 부작용이 있고 현재 정부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젊은 층에게서 혈전(혈액 응고) 발생을 유도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두려움의 크기가 더 커졌다. 올림픽 대표 선수단이 맞는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다.
그럼에도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은 KBO리그 전체에 퍼져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명단 포함 선수들의 백신 접종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에 대해 “백신 접종 자체는 후유증이 걱정된다. 이후 4~6일 3연전을 취소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다. 현장에서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다”는 의견을 냈다.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경기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독감 백신을 맞아도 다음날 경기를 바로 뛰는 것이 힘들다. 리그 차원에서 한 경기를 미루는 것도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O도 백신 접종이 구체화된 뒤 논의에 착수했고 결국 백신 접종 인원의 휴식을 보장하고 각 팀의 전력 공백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4일 열리는 KBO리그 5경기 모두를 취소하고 10월 재편성하기로 결정했다. '백신 브레이크'다. 또한 2일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순연될 경우에도 3일에는 백신접종 일정을 위해 경기를 편성하지 않고 5일 경기 취소 시에도 다음날 더블헤더나 특별서스펜디드 경기를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백신 접종 선수 중 정상적인 경기 출장이 힘든 경우를 대비해 특별엔트리도 한시 운영된다. 백신 접종 선수가 관련 증상으로 접종일 다음날부터 3일이내에 말소될 경우, 만 10일이 경과하지 않아도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고 최대 3일까지 등록일수를 인정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 선수가 말소되어 이를 대신하여 등록된 선수는 ‘특별엔트리’ 선수로 지정돼 엔트리 등록 다음날부터 3일이내에 말소될 경우 만 10일이 경과되지 않아도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특별엔트리’ 선수는 백신 접종선수가 재등록시 말소되지 않거나 ‘특별엔트리’ 선수로 등록된 이후 3일이 경과된 경우 추후 엔트리에서 말소시 만 10일 경과 후 재등록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단 현장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키움 홍원기 감독은 “구단 관계자 분들에게 건의를 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일반인들도 하루 이틀 쉴 수 있는 상황인데 운동 선수들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었고 하루 쉬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NC 이동욱 감독 역시 “후유증이 지장을 준다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 그래서 엔트리 바꿀 여유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에는 공감을 한다”고 전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백신 접종 이후 하루 휴식을 주는 부분을 잘 배려해줘서 현장의 입장에서 KBO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겪는 미지의 불안과 동시에 싸우면서 사령탑들은 5월 첫 번째 주 운영 플랜까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백신 후유증이 나타날 경우 운영 계획을 바꿔야 한다. 키움의 경우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한현희가 당초 4일 선발로 예정되어 있었다. 일단 4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5일로 하루 미뤄질 전망. 하지만 백신 접종 이후 후유증이 발생할 경우 홍원기 감독은 대체 선발을 고민해야 한다. 그는 “백신 후유증 등 상태를 지켜보고 대체 선발도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고 걱정을 전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1차 접종 이후 선수들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부작용의 사례들이 있다 보니까 하루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 안전이 우선이다”고 말하면서 “일단 1차 접종을 하고 2차 접종을 하고도 쉬어야 하지 않나. 1차 접종을 하고 난 뒤 선수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오래 쉬어야 하는 상황이 나오게 된다면 2차 접종 이후에는 3연전 전체 휴식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일 것 같다. 올림픽 휴식기도 있고 일정 쪽에서 애매할 것 같다. 아무 탈 없기를 믿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