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처음 발을 내딛은 외국인타자들은 하나 같이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로 SSG의 잠수함투수 박종훈을 꼽는다. 미국, 일본, 중남미 등에서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이런 투구폼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르곤 한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KT 새 외국인타자 조일로 알몬테(32·KT)도 마찬가지였다. 알몬테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누구였냐고 묻자 주저 없이 박종훈의 이름을 언급했다.
알몬테는 지난달 29일 인천 SSG전에서 박종훈을 처음 만났다. 결과는 2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 1회 첫 타석에서 1루주자 강백호가 견제사를 당하며 만남이 짧게 끝난 가운데 2회 그래도 제구가 흔들린 커브와 투심을 골라내며 볼넷을 얻어냈다. 그러나 타석에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며 투구폼에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 이상의 출루는 없었다. 4회 1사 3루 찬스에서 예리하게 떨어지는 커브에 3구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2B-2S에서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들어온 커브에 루킹 삼진을 기록했다.

박종훈은 언더핸드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서 릴리스포인트가 형성되는 투수다. 기복 있는 제구와 높은 도루 허용률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2017년 12승을 기점으로 최근 4년 동안 3차례나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제구도 되는 잠수함으로 거듭났다. 국가대표에서는 유니크한 투구폼으로 인해 ‘중남미 맞춤형’으로 주로 기용되는 희소 가치가 높은 선수다.
알몬테는 “지금까지 상대한 투수들 중 박종훈이 가장 쉽지 않았다”며 “전 구종 모두 똑바로 오는 게 없다. 무브먼트까지 좋아서 대처하기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박종훈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의 공은 서서히 적응이 돼 가고 있다. 전날 KIA전 좌·우타석 홈런을 비롯해 최근 10경기 성적은 타율 .372 3홈런 10타점에 달한다. 이강철 감독도 “본인의 스윙이 이제 나오고 있다. KIA전에서는 로하스가 연상됐다”고 반등을 반겼다.
알몬테는 “초반보다는 확실히 적응이 됐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계속 준비를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