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지려고 나갔습니다.”
마음을 비우니 볼넷이 줄고 이닝은 길어졌다. 무심(無心)으로 이뤄낸 배제성(25·KT)의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다.
배제성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2승(2패)째를 해냈다. 시즌 5경기만에 퀄리티스타트를 넘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해내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배제성은 경기 후 “오늘은 그냥 지려고 들어갔다”고 웃으며 “팀이 점수를 뽑든 안 뽑든 또 내가 몇 점을 주든 공격적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려고 했다”는 코멘트에 대해선 “물론 상대 에이스인 브룩스도 의식을 했다”며 “우리 타자들이 잘 치길 바랐지만 브룩스가 워낙 뛰어난 선수라 져도 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던졌는데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욕심을 버리니 9회초 무사 만루 위기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배제성은 “다 들어와도 동점이니까 9회말 또 점수를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부터 지려고 올라갔고, 빈손으로 간다는 마음이었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고 말했다.
배제성은 이날 전까지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12의 잦은 기복을 보이고 있었다. 퀄리티스타트는 없었고, 4경기서 무려 17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제구 역시 마음을 비우니 잡혔다. 배제성은 “사실 이런 경기를 얼마 만에 한 건지 기억도 안 난다”라고 웃으며 “3볼넷이 아쉽긴 하지만 이전과 다른 내용에 만족한다. 그 동안 타이트한 상황에서 점수를 안 주려는 강박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 치고 점수를 내라는 마음으로 던졌고, 그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 2019년부터 2년 연속 10승을 거둔 배제성은 KT 창단 최초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토종 투수다. '무심'은 지난 2년의 선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그는 “1년차 시절에는 뭣도 모르고 던졌고, 2년차에는 욕심이 생겨 점수를 안 주고 싶었다”며 “사실 팀이 점수를 못 내는 날도 있는데 내가 최대한 안 맞으려고 하다 보니 스스로 더 어렵게 간 부분이 있었다. 결국은 승패와 관계없이 내 공을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배제성의 올 시즌 목표는 원래 지난 시즌(3.95)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방향성이 바뀌었다.
배제성은 “원래 평균자책점을 낮추려고 했는데 그러면 또 점수를 안 주려고 할 것 같아서 바꿨다”며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새 목표다. 아마 그러면 승리, 평균자책점은 알아서 따라올 것 같다”고 새로운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