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무사 만루→무득점…최형우 뒤가 없는 KIA 타선의 현주소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5.02 07: 13

최형우의 뒤를 이을, 그리고 최형우의 뒤에 나올 타자가 마땅치 않다. KIA 타이거즈가 해결사 부재 속 다시 연패에 빠졌다.
KIA는 지난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2차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주중 한화 홈 3연전 스윕으로 공동 3위까지 도약했던 KIA는 적진에서 이틀 연속 완패를 당하며 시즌 4번째 연패에 빠졌다. 승률이 5할(12승 12패)로 회귀했고, 순위는 두 계단 떨어진 공동 5위가 됐다.
가장 큰 원인은 타선 침체. 사실 한화 3연전도 평균 득점이 3.67점으로 타자들이 제 역할을 한 경기는 아니었다. 마운드의 힘으로 이뤄낸 스윕이라는 평가가 더 어울렸다.

9회초 무사 만루에서 KIA 김태진이 삼진에 아쉬워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이후 수원까지 고스란히 빈티가 이어졌다. 첫 맞대결이었던 4월 30일 3회까지 3점을 뽑은 뒤 4회부터 추가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선발 김유신의 부진과 야수 실책이 속출하며 3-15 대패를 당했다.
5월의 첫날에는 선발 애런 브룩스가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타선이 지난달 13일 광주 롯데전 0-8 완패 이후 16경기만에 무득점에 그쳤다. 3회 1사 2루, 4회 2사 1, 2루, 5회와 7회 무사 1루 등 숱한 찬스를 모두 무산시킨 결과였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0-3으로 뒤진 9회.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김선빈과 프레스턴 터커(2루타)가 연속안타로 무사 2, 3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날 처음으로 한 회에 안타 두 방이 나온 순간이었다. 이후 최형우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며 무사 만루가 됐지만, 김태진과 대타 김민식이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박찬호가 2루수 땅볼에 그치며 KIA 타선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1회초 KIA 최형우가 대기 타석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KIA는 지난해 맷 윌리엄스 감독 부임과 함께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다만, 유망한 어린 투수들이 대거 발굴되는 마운드와 달리 타선은 좀처럼 ‘포스트 최형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KIA의 4번타자는 38살 베테랑 최형우. 지난해에는 그래도 김선빈, 프레스턴 터커, 최형우 등이 포진한 상위 타선은 제 몫을 해냈지만, 올해는 터커의 부진과 최형우의 망막 이상 증세 등으로 인해 위, 아래 할 것 없이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느낌이다.
지표를 통해 보다 명확히 KIA 타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일단 팀 타율 8위(.240), 득점권 타율 7위(.256)로 기본 지표가 모두 하위권이며, 리그에서 유일하게 팀 홈런이 한 자릿수(5개)에 머물러 있다. 5개 중 4개를 최형우가 친 부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팀 장타율 역시 .309로 최하위이며, 반대로 잔루(211개)는 위에서 3번째로 많다. 통상적으로 3~5번을 클린업트리오라 부르지만, KIA는 최형우 다음인 5번부터 투수를 위협할 만한 타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실 KIA 타선의 전력 약화는 어느 정도 예측된 부분이다. 포스트 최형우가 나오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며, 고통 없는 리빌딩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만, 전날 9회 무사 만루 무득점은 KIA의 얇은 뎁스를 다시 한 번 실감케한 장면이었다. 나지완, 류지혁의 이탈로 플랜B가 가동되고 있다는 걸 감안해도 무사 만루서 희생플라이라도 쳐줄 변변한 타자 혹은 대타 1명이 없다는 현실이 아쉽게 다가왔다. 최형우의 다음이 마땅히 없는 KIA 타선의 씁쓸한 현주소였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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