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 매년 11월 즈음 롯데기 야구대회를 개최한다. 연고지인 부산지역 아마야구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지난 1989년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초⋅중⋅고 야구대회다.
추신수(SSG), 이대호(롯데), 정근우(은퇴) 등 대스타를 비롯해 한동희, 서준원(이상 롯데), 노시환(한화). 이승호(키움) 등의 유망주가 대표적인 '롯데기' 출신 선수들. 이따금씩 대회 결승전이 사직구장에서 열렸기에 어린 선수들은 훗날 사직구장을 누비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롯데 역시 연고지 유망주들을 지켜보며 미래의 희망을 노래했다.
그러나 2021년, 11월의 초겨울이 아닌 5월의 봄날에 롯데 자이언츠는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고 있다. 미래의 꿈을 노래했던 유망주들이 아닌 엄연한 프로의 1군 선수들이 마운드와 내외야 그라운드를 오가면서 아마추어 야구에서나 볼 수 있는 ‘투타겸업’을 시도하고 있다. 누가봐도 비정상의 운영이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5/02/202105020831777906_608de66523d15.jpg)
롯데는 지난 1일 사직 한화전에서 2-11로 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미 패색이 짙어진 8회초 부터 내야수인 김민수와 배성근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촌극이 다시 발생했다. 이미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뒤 불펜 자원을 아끼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롯데는 이미 지난 4월 17일 사직 삼성전(0-12 패)에서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 등 무려 3명의 야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22일 사직 두산전(1-13 패)에서 강태율을 마운드에 올린 바 있다. 지난해부터 이미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대패의 흐름이지만 이벤트 성으로 한 번씩 야수가 마운드에 오를 경우 팬들 역시 패배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지난해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종종 시도했고 올해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활용했다. 국내 감독으로는 롯데 허문회 감독이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롯데는 이 활용 빈도가 잦다. 투수를 아끼겠다는 명분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엔트리 활용과 경기 운영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리는 꼴이다. 물론 롯데가 야수를 마운드에 올린 상황은 모두 선발진이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이었다. 4월 17일 사직 삼성전은 선발 앤더슨 프랑코가 ⅔이닝 8실점(4자책점)으로 1회를 채 마치지도 못한 상황에서 조기 강판됐다. 이때는 모두 어쩔 수 없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고 2경기나 더 야수들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4월 22일 경기 선발 댄 스트레일리는 2⅓이닝 6실점(4자책), 그리고 지난 1일, 한화전은 이승헌이 3이닝 6실점(5자책)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 됐다. 스트레일리, 이승헌의 조기 강판 사례는 다른 팀에서도 종종 나온다. 그렇다고 무작정 투수들을 아끼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야수들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는다.
KBO리그 규정에 1군 엔트리는 28명이 등록되고 26명이 출전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롯데는 투수 13명, 야수 15명으로 1군 엔트리가 구성되어 있다. 통상적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엔트리 구성임에도 ‘비정상’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은 결국 사령탑과 벤치의 엔트리 운영과 경기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1/05/02/202105020831777906_608de665b3dbe.jpg)
지난 1일 경기에서 롯데는 0-6으로 끌려가던 6회말 2점을 추격했다. 7회초를 맞이했을 때 4점 차. 추격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4회부터 올라온 서준원의 구위도 떨어지면서 1실점했다. 이후 롯데는 1군 데뷔전을 갖는 좌완 박재민을 올렸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는 공이 없었다. 2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롯데 벤치는 오현택을 뒤늦게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하주석에게 만루홈런 허용. 롯데는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았다.
추격 과정이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좌완이지만 신인에 가까운 투수를 올리며 위기를 자초했다. 승기가 기운 상황에서 유망주 경험 쌓기를 위한 등판이라고 하기엔 선수에게 다가오는 부담은 달랐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백기를 던지지도 않았다. 롯데 벤치는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하주석에게 만루홈런을 맞았을 당시 내야진은 병살을 노리는 수비 포메이션이었다. 3루와 유격수, 그리고 1루수는 내야 흙과 잔디 경계선까지 내려와 있었고 2루수도 정상 위치보다 조금 앞당겨 서 있었다. 롯데 벤치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투수 운영을 비롯한 경기 운영은 이도저도 아닌 납득불가의 운영이었다. 결국 야수의 마운드 등판이 다시 한 번 펼쳐지는 촌극이 발생했다.
그리고 야수들이 계속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은 불펜진 활용이 적절하게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승조 최준용, 김대우와 마무리 김원중은 견고하지만 그 외의 투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필승조에 준하던 구승민과 박진형이 부진을 거듭했지만 휴식이나 엔트리 변화 등의 조치는 없었다. 믿음으로 밀고 나갔지만 결국 기존 필승조의 과부하에 따른 가용 투수 자원 부족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야수가 투수로 오른 3경기 모두 앞선 상황에서 베테랑 오현택이 희생 아닌 희생을 해야 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허문회 감독의 엔트리와 선수 기용을 향한 의문의 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고교야구화’를 통해서 롯데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롯데의 야구는 현재 누가봐도 비정상이다. 그리고 어느 팬이 '돈을 주고' 이런 야구를 보고 싶을까.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