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는 주루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공을 잘 보는 선구안과 멀리 치는 장타력이 부각돼 부상 위험성이 높은 도루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지양하는 흐름이다. 올 시즌 삼성의 1위 행진은 그래서 '역주행'이라 할 만하다.
지난 5일까지 삼성은 팀 도루 2위(25개)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한다. 단순히 도루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지난해 리그 꼴찌였던 내야 안타가 올해는 1위에 올라있다. 타격 후 끝까지 뛴 결과. 그 중심에 호세 피렐라(32)와 강민호(36)가 있다.
몸이 재산인 외국인 선수가 매 순간 전력 질주를 하고, 고참 포수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몸을 내던진다. 선수단 전체를 일깨우는 주루 플레이가 왕조 부활 예감케 한다.

삼성이 복덩이로 떠오른 피렐라는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구자욱은 "같은 선수이지만 피렐라를 보면 멋지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선수라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피렐라는 발이 정상이 아니다. 평발이다. 달릴 때 하중이 강하게 실리면 통증이 유발된다. 본인이 참으면서 하고 있다. 보는 입장에선 불안하긴 하다"면서 "일본에서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웬만해선 경기에 나가려 한다. 피렐라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와야 분위기가 산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99경기 타율 2할6푼6리 11홈런 34타점 OPS .723으로 평범한 성적을 내며 재계약에 실패한 피렐라는 잘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올 시즌 27경기 타율 3할4푼9리 9홈런 21타점 OPS 1.056으로 폭발하며 페이스가 매우 좋지만 만족하지 않고 달린다.
강민호의 존재감도 크다. 발이 느린 포수이지만 주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 2일 대구 LG전에선 4회 1사 2,3루에서 2루 주자였던 강민호는 이원석의 희생플라이 때 상대 실책이 나온 사이 3루를 지나 홈까지 단숨에 파고들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까지 끌어올렸다.

강민호는 2년 전 이른바 '잡담사'로 팬들은 물론 야구인 선배들로 구성된 은퇴선수협회으로부터 성명을 통해 강한 질타를 받았다. 그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뒤 올해 25경기 타율 3할8푼6리 5홈런 23타점 OPS 1.053으로 톱클래스 성적을 내고 있다.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허삼영 감독은 "작년에도 (홈 슬라이딩을) 몇 번 했었다. 모든 선수들이 그런 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고참부터 외국인까지 넘어지면서까지 하는데 어느 누가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겠나. 결국 하고자 하는 분위기다. 이길 때 쾌감과 성취감으로 팀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욱도 달라진 팀 분위기를 체감한다. 그는 "왕조(2011~2014년) 시절에는 제가 없어서 그 분위기를 잘 모르겠다"며 웃은 뒤 "선수들이 경기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이 생겼다. 큰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포기하지 않는다. 점수차 벌어진 경기 자체도 줄었다. 투수들도 잘 던지고, 성적이 좋다 보니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자신감이 더 좋은 플레이를 만든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