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데려왔다? 오해 잠재운 한화 '원투펀치' 반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5.06 08: 12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한화의 모험이 통했다. 
지난해 11월 한화는 외국인 투수 2명 영입을 동시 발표했다. SK(현 SGG)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만에 방출된 우완 닉 킹험(30)과 대만프로야구에서 1년을 뛴 좌완 라이언 카펜터(31)를 새로운 원투펀치로 낙점, 공개했다. 
몸값은 킹험이 55만 달러, 카펜터가 50만 달러로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선인 100만 달러의 절반 수준. 항간에선 한화의 선택을 두고 의문을 나타냈다. "돈 아끼려고 데려온 선수들 아니냐?"는 수군거림까지 있었다. 

1회초 한화 카펜터가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그도 그럴 게 킹험은 SK에서 방출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었다. 카펜터는 대만에서 평균자책점 4.00의 평범한 성적을 냈다. 12월 메이저리그 논텐더 시장에서 더 높은 '급'의 투수들을 노릴 수 있었지만, 너무 일찍 문을 닫은 한화의 선택은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충분한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 코로나로 지난해 미국 마이너리그가 취소되면서 상당수 영입 후보 선수들이 1년 실전 공백을 가진 상황에서 숫자만 보고 영입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고 봤다. 짧게나마 한국을 경험한 킹험과 대만에서 풀시즌을 뛴 카펜터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화 선발투수 킹험이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킹험은 지난해 SK가 영입하기 전부터 꾸준히 관찰한 선수였고, 수술 후 재활 과정을 면밀히 체크했다. 카펜터도 대만에서 1년간 성적을 팔로우하며 단순 기록보다 이면을 봤다. 한국에서 명예회복을 원한 킹험, 대만에서 월봉 2만 달러를 받던 카펜터의 동기부여도 감안했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구단이 나름대로 오랜 시간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체크했다. 우리 젊은 선수들과 리빌딩을 함께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았다. 당장 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내년 시즌 결과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개막 한 달 동안 킹험과 카펜터는 다른 팀의 외국인 원투펀치에 견줘도 밀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킹험은 5경기에서 28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3.45 탈삼진 26개, 카펜터는 6경기에서 35⅓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1.27 탈삼진 37개를 기록 중이다. 두 투수 모두 최근 등판에서 7회까지 던지며 이닝까지 점차 늘리고 있다.
특히 카펜터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5일 대전 홈경기에선 1위 삼성을 만나 7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펼쳤다. 최고 147km 직구뿐만 아니라 슬라이더를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코너워크했다. 적절하게 맞혀 잡는 피칭으로 땅볼을 유도해 투구수도 절약했다.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지만 평균자책점, 피안타율(.186), WAR(1.49) 모두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2사 만루 한화 카펜터가 삼성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킹험과 카펜터의 도합 평균자책점(2.25)은 앤드류 수아레즈(1.23)-케이시 켈리(2.91)의 LG(2.13), 워커 로켓(2.48)-아리엘 미란다(1.85)의 두산(2.23)에 이어 리그에서 3번째로 낮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2명 몸값은 LG가 이적료 포함해 240만 달러, 두산이 180만 달러로 한화의 105만 달러보다 훨씬 더 많다. 가성비 측면에서 카펜터-킹험의 한화 원투펀치는 리그 최고라 할 만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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