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위 질주의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여주는 게 작년과 지금의 차이점이다. 작년에는 뭔가 어거지로 만들려했다면 지금은 경기 흐름에 맞춰 선수들이 스스로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할 일이 별로 없을 만큼 요즘 삼성 야구는 잘 된다. 팀 평균자책점 1위(3.49), OPS 3위(.767), 최소 실책 2위(16개), 도루 2위(25개). 투타, 공수주 모두 완벽히 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최근 4연승으로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기록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희생'도 삼성의 힘이다. 허 감독은 "진루타 항목이 고과로 있어도 선수에겐 안타만큼 체감이 크지 않다. 진루타를 쳐도 (기록상) 본인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알아서 희생을 한다. (벤치가)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기 때문에 잘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삼성은 주자 있을 때 진루타율이 42.8%로 5위였던 지난해(42.5%)보다 훨씬 좋아졌다. 아웃이 되더라도 주자를 한 베이스 더 옮겨놓는 생산적인 타석이 증가했다. 지난 2일 대구 LG전에서 6-4로 역전승한 과정이 좋은 예다.

이날 3-4로 뒤진 7회 1사 2루. 김헌곤이 의식적으로 밀어치기를 했다. 8구 승부 끝에 1루 땅볼 아웃됐지만 2루 주자 박해민을 3루로 진루시켰다. 계속된 1사 3루에서 삼성은 김호재의 스퀴즈 번트 때 박해민이 홈을 파고들어 동점을 만들었고, 8회 2점을 더해 역전했다. 김헌곤의 진루타가 발판이 된 승리였다.
5일 대전 한화전에선 4회 무사 2루에서 구자욱이 기습 번트를 댔다. 득점권 찬스였지만 허를 찔러 1루 쪽으로 번트를 대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안타가 되지 않더라도 2루 주자 김상수를 3루로 한 베이스 보낼 수 있는 시도였다.
구자욱은 "선취점을 내서 선발 벤 라이블리가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초구에 내 스윙을 하다 실패했으니 (주자를) 진루시켜서 선취점을 내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번트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알아서 희생하는 야구의 또 다른 예가 됐다.
구자욱은 허삼영 감독이 말한 희생하는 야구에 대해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스타일이다. 1점차 승부에서 진루타로 자기 희생을 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며 "내 뒤에 호세 피렐라와 (강)민호형이 좋기 때문에 출루에 목적을 두고 상황에 맞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의 간판 타자인 구자욱부터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먼저 움직인다. 감독이 특별히 할 게 없는 삼성의 희생 야구가 왕조 느낌을 물씬 풍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