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으로 남을래?".
두산 베어스 포수 장승현(27)이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지난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데뷔 8년 만에 생애 첫 홈런을 터트렸다. 그것도 결승 3점홈런이었다. 안타도 있었고, 밀어내기 볼넷까지 포함하면 2안타 4타점 3득점 4출루였다.
9번타자로 출전해 2회 1사1루에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날려 2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5회 2사 만루에서는 애런 브룩스를 물고들어져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었다. 7회 5-5 1사1,2루에서 좌중월 3점 홈런을 날렸다. 9회도 선두타나로 나와 볼넷을 골랐다.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도였다.

양의지가 2019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하자 주전 마스크는 박세혁의 몫이었다. 장승현은 뒤를 받히는 백업포수였다. 2013년 입단했으나 1군 기회는 2018년에야 주어졌다. 실가동 2년째인 2019년부터 제 2의 포수로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경기 후반 투입되었다.
2019년 35경기, 2020년 25경기에 그쳤다. 수비는 자신 있었다. 빠른 송구는 일품이었만, 타격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2019년 46타석 1할7푼1리, 2020년 22타석 2할5푼에 그쳤다. 수비도 좋고 방망이도 잘치는 선배 박세혁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올해 박세혁이 사구에 맞아 안와골절상을 입고 이탈하자 기회가 왔다.
수비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경기를 할수록 타격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타율 2할9푼5리, 13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다. OPS 0.719에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5푼에 이른다. 공격형 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격 능력이 좋아졌다. 이젠 백업포수가 아니었다. 태평양 돌핀스 포수였던 아버지(장광호)에게도 당당할 수 있게 됐다.
계기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의 믿음과 따금한 조언이었다. 장승현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계속 믿어주셨다. 못해도 내보내주셨다. 그거에 대한 보답으로 잘하려고 신경썼다. 감독님에 한번은 '언제까지 백업으로만 남을 것이냐?'고 말하셨다. 공격에서도 고민이 있었는데 '잘치니 그렇게만 하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주전포수 생활은 녹록치 않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챙겨야 한다. 장승현은 "백업포수는 경기 후반에 나간다. 그러다보니 중간투수를과 대화를 많이 한다. 지금은 선발투수들과 이야기해야한다. 타자들을 확실히 알아야 해 분석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훨씬 신경쓸 것이 많아졌다. 할 일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입단때부터 양의지와 박세혁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살아있는 교범이었다. 그는 "두 선배들은 투수들을 많이 편하게 해준다. 투수들이 대부분 어린데 잘 이끌어 가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내 장점은 송구에 자신있었다. 두 분이 워낙 잘 던져서 강점으로 말할 수 없다"며 겸손해했다.
마지막으로 "첫 홈런을 쳤는데 오늘 어버이 날 선물 제대로 한 것 같았다. 나갈 수 있을 때 인상 깊은 선수가 되고 싶다. 원래 수비만 하는 포수로만 생각했다. 이제는 확실한 포수되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화수분 야구 두산에 또 한 명의 든든한 포수가 생겼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