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42점 역대 4위 대기록’ 설린저, MVP까지 휩쓸었다. [오!쎈 안양]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1.05.09 15: 26

NBA 클래스는 역시 남달랐다. 제러드 설린저(29, KGC)가 역대최고 우승청부사에 등극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전주 KCC를 84-74로 물리쳤다. KGC는 역대최초 플레이오프 10연승 무패 대기록을 작성하며 통산 세 번째 챔프전 왕좌에 등극했다. 
일등공신은 역시 외국선수 제러드 설린저였다. 그는 챔프 4차전에서 42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의 압도적인 성적을 내면서 KGC의 우승에 결정적 공을 세웠다. 챔프전 42점은 아티머스 맥클래리(44점)와 크리스 윌리엄스(43점), 리카르도 포웰(43점)에 이은 역대 4위 대기록이다. 설린저는 기자단 투표에서 86표 중 55표를 얻어 챔프전 MVP에 올랐다. 

항상 최고수준의 국내선수 라인업을 보유했던 KGC는 외국선수가 늘 문제였다. 데이비드 사이먼 이후 오세근과 함께 골밑을 지켜줄 든든한 선수가 없었다. 김승기 감독의 지나친 포워드 사랑이 매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 시즌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NBA리거 얼 클락을 영입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얼 클락은 외곽슛 일변도의 플레이로 실망감을 줬다. KGC에서 뛰었던 크리스 맥컬러를 급하게 대체선수로 영입했다. 하지만 맥컬러 역시 한차원 높아진 KBL 수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승기 감독의 마지막 카드는 설린저였다. 그는 오하이오 주립대 시절부터 전미랭킹 1위를 다툰 대형 파워포워드다. NBA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던 설린저지만 고질적인 등부상과 체중관리 실패로 기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NBA에서 퇴출돼 저니맨으로 전락한 설린저는 2017-18시즌 중국리그 선전에서 뛰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설린저의 KBL 입단 소식에 “이름값은 대단하지만 부상후유증이 있어 위험부담도 크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막상 한국에 온 설린저는 클래스가 달랐다. 18kg이나 감량해 날씬해진 설린저는 부상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파워넘치는 골밑장악과 리바운드, 정교한 외곽슛 능력, 정확한 패스능력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그는 KBL를 평정했다. 단테 존스의 득점력에 크리스 윌리엄스의 패스, 데이비드 사이먼의 리바운드 실력까지 갖춘 역대최고의 외국선수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
설린저 영입 후 곧바로 상승세를 탄 KGC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시드는 낮았지만 벌써부터 KGC가 완전체라는 평가가 많았다. 사실이었다. 설린저는 자신의 득점은 물론이고 동료들까지 완벽하게 살려주는 플레이로 KGC의 전력을 두 단계 끌어올렸다. 
김승기 KGC 감독은 “작년에 싱글포스트로 성공했다. 올해도 뺏는 농구를 하려고 했지만 내 잘못인 것을 깨달았다. 선수들도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설린저 가세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이제 선수들에게 미안한 것 없다”며 웃었다. 
챔프전에서도 설린저는 ‘KBL의 왕’ 라건아를 맞아 한 수 위의 여유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일대일 싸움에서는 라건아가 우세했지만, 팀 전체를 아우르는 설린저의 플레이가 더 돋보였다. 
아쉬운 것은 설린저가 KBL에서 더 뛰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설린저의 에이전트는 “벌써부터 다른 리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몸값이 올라 KBL에서 더 뛸 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 팬들에게 수준 높은 농구를 마음껏 강의한 ‘설교수’는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안양=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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