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장인’ 수베로 감독의 역설, “한국은 90년대 야구 남아있어 좋아”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1.05.10 06: 02

“한국은 아직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야구 모습이 남아있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에서는 외야 4인 시프트 등 색다른 시프트들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이런 점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수베로 감독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전통적인 야구를 추구한다. 번트, 히트앤런 등 소위 ‘작전야구’, ‘스몰볼’로 불리는 야구가 바로 그것이다.

한화 정은원이 득점에 성공하며 수베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수베로 감독은 지난 9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기술과 데이터가 야구를 점령했다. 번트, 피치아웃 등 과거에 있었던 야구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홈런과 삼진을 중요시하는 빅볼이 미국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미국에서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볼 수 있었던 원래 야구 모습이 남아있다”라고 답했다.
2000년대 초반 세이버매트릭스의 등장 이후 메이저리그는 점점 더 기술친화적인 환경으로 변해갔다. 이제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공과 타자가 때려낸 타구의 트래킹 데이터는 물론 야수의 위치, 구장의 형태, 투수의 투구 메커니즘과 타자의 스윙 메커니즘 등 점점 더 세밀하고 디테일한 것까지 측정하고 데이터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번트와 도루 같은 작전 플레이들이 사라지고 더 강한 공을 던지고 더 강한 타구를 때려내는데 선수와 구단 모두 집중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나는 현역시절 9번타자 유격수로 뛰었기 때문에 커리어 내내 번트나 히트앤런을 자주 했다. 그게 지도자가 되어서도 이어진 것 같다. 지금의 미국야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야구도 살아남았으면 좋겠는데 완전히 사라져서 아쉽다. 그래도 한국에는 그런 야구가 남아있어서 나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수베로 감독이 무조건 번트를 대거나 작전을 거는 것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스몰볼을 한다고 모든 선수들에게 번트를 대게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정은원은 선구안도 좋고 타격도 좋아서 무조건 작전을 걸기 보다는 타석에서 치고 볼넷을 골라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 정은원이 번트를 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번트 작전을 낸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fpdlsl72556@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