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와 불통의 끝은 파국이었다. 롯데는 2년도 채 안돼서 비상체제를 맞이했다.
롯데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임 감독으로 래리 서튼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허문회 감독은 경질됐다.
구단은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쳐스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지속된 데에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현장과 프런트의 불화, 그리고 불통의 끝은 결별과 파국이었다. 2019년 말, 성민규 단장이 선임되고 허문회 감독을 영입하면서 ‘뉴 노멀’의 롯데가 새롭게 꾸려졌다. 메이저리그 프런트 생활을 한 성민규 단장이 체험한 선진 시스템과 허문회 감독의 개혁적이고 참신한 철학의 결합이었다. 1등 후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롯데 구단의 기대는 높았고 허문회 감독 역시 롯데의 철학에 공감하며 감독직을 수락했다. 계약기간 3년은 양 측이 믿고 함께 가겠다는 의미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양 측의 불협화음은 6개월도 안돼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프런트도 허문회 감독 선임 이후 혹시 모를 우려를 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었다. 선수 기용, 육성 방향, 엔트리 운용 방식에서 프런트와 현장은 이견을 보였다. 프런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 현장의 허문회 감독이 운영하고자 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어긋났다.
프런트가 주도로 운영하는 2군에서 괜찮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있어 콜업 추천 보고를 하더라도 1군 현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문회 감독은 1군의 주요 선수들만 활용하면서 경직된 엔트리 운영을 보였다. 프런트가 바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보다 많은 젊은 선수들이 1군 경험을 쌓기를 바랐지만 현장과의 불통으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1군 콜업을 기다리던 몇 명의 젊은 선수들이 상심했고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에 새로운 전기점이 마련되는 듯 했다. 허문회 감독도 프런트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달라지겠다고 말했다. 일단 1년 만에 파국을 맞이하는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톱니바퀴가 몇 차례 삐걱거리면 영원히 맞지 않기 마련. 그러나 올 시즌에 들어서도 달라지는 모습은 없었다. 현장은 현장대로,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은 평행선을 달렸다. 양 측의 접점을 찾지 못했고 파국을 맞이했다.
롯데는 이제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과 함께 12승18패 최하위로 쳐진 팀을 재정비 해야 한다. 허문회 감독 선임 당시 1군 감독 후보로도 꼽힐만큼 지도력과 선수 육성에 대해서는 구단과 방향이 일치하고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