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튼은 기본을 강조했고, 롯데는 기준이 필요하다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5.12 05: 12

소통과 인내, 어떻게 보면 모든 프로구단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기본적인 것들이다.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은 소통과 인내 등 사령탑으로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기본을 취임일성으로 밝혔다. 그리고 롯데 구단도 필요한 것이 있다. 지금 구단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롯데는 지난 11일 대대적인 결단을 내렸다. 현장의 수장인 허문회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2군 감독이었던 래리 서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앉혔다. 최하위에 쳐진 팀 상황,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 간의 불협화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로 현장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다.
서튼 감독은 경기 전 취임 일성을 통해서 소통, 그리고 인내를 강조했다. 서튼 감독은 “타이밍으로 봤을 때 1군 감독을 맡은 타이밍이 이상하긴 하다”면서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30경기 치르고 다시 리스타트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리더십을 이어 받게 됐고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9회말 롯데 서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sunday@osen.co.kr

이어 “인내심을 당부하고 싶다. 타국에 와서 이런 보직을 맡게 됐는데 인내심과 소통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좌하는 통역분들도 있지만 최대한 원활한 소통을 할 것이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시길 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수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서는 “작은 것들에 집중하자고 얘기했다. 매경기 두 자릿수 안타 치는 것보다 어떻게 득점을 많이 내는지에 집중할 것이다. TV로 1군 경기를 봤을 때 매 경기 단합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팀으로서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상황이다. 피칭, 수비, 공격에 있어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단이 주문한 것 역시 마찬가지 기본이었다. 그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구단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번트와 피칭, 수비 등 모든 내용이다”면서 “롯데 팬들의 기대치가 높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어깨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롯데, 그리고 우리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소통과 인내, 팬들의 기대치 충족. 역대 롯데 감독들이 언급했던 취임 일성과 다를 바 없다. 기본적인 내용들이었다.
허문회 전 감독과 구단의 갈등의 근본적 이유는 소통 부족이었다. 기본적인 것들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려는 특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기준을 마련해서 불협화음을 해소하려고 했다면 시즌 중 파국을 맞이할 일은 없었을 터. 만약 소통에서 더 이상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면 일찌감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아니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양 측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올 시즌까지는 재신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다시 한 번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수를 뒀다. 결국 팬들의 비난 여론이 심각해지자 구단이 등 떠밀려 결정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그동안 롯데 감독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던 모기업 고위층의 입김은 작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룹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한 기준 없이 감독을 희생양처럼 갈아치우는 것이 과연 롯데 구단에 장기적으로 옳은 일일까. 특별한 대비 없이 여론과 상황에 의한 결정이 어떤 후폭풍을 초래했는지는 불보듯 뻔하다. 그리 좋은 결말을 맺었던 기억은 많이 없다. 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물러난 뒤 11년간 무려 6명의 감독이 중도 퇴진한 롯데다.
일단 구단의 운영과 방향성을 함께할 수 있고 지난해부터 프런트와 공감대를 쌓았던 외국인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앉혔다. 최소한의 감독 교체의 명분과 기준은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기준을 확실하게 굳히고 변화가 없어야 한다. 서튼 감독 마저 중도 교체가 된다면 롯데 구단은 리그 참가 40년 역사에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팀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jhrae@osen.co.kr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렸다.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렸다.8회말 롯데 성민규 단장과 NC 김종문 단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ksl0919@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