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와 현장의 방향성이 다시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려고 한다. 한 배를 탔고 이제는 더 이상 변명과 핑계거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프런트와 현장은 이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올 시즌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성민규 단장과 전임 허문회 감독 간의 불화와 불통은 쉽게 해소될 문제가 아니었다. 2019년 10월 성민규 단장이 허문회 전 감독을 선임한 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약 1년 6개월 여의 시간을 선수 기용과 엔트리 운영 등에서 대립각을 세웠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가고자 하는 방향을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갈등의 해결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는 것 뿐이었다.
양 측의 갈등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양 측 모두 잘못한 지점이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누구의 잘못이든 현재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던 팀을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 성민규 단장, 그리고 새로 선임된 래리 서튼 감독은 일치된 방향성을 갖고 팀을 운영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일단은 앞선 파국의 이유였던 불통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결과를 떠나서 일단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선수단 운영과 기용 등을 유동적으로 하려고 한다. 일단 서튼 감독이 부임한 뒤 이틀간 많은 선수단 변동이 있었다. 그동안 출장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선수들은 2군으로 내려보내 다시 경기 감각을 쌓게 하고 감각이 괜찮은 2군 선수들을 1군으로 올려 경험을 쌓게 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신인 나승엽을 콜업해 향후 3일 동안 ‘1군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승헌, 김진욱 등 영건 선발 자원들에 대한 육성과 준비도 구단의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 오른손 중지 건초염 증세로 고생했지만 참고 던졌던 이승헌은 증세가 회복되고 다시 밸런스를 잡는다면 선발진으로 복귀할 전망. 트레이닝파트와의 협력도 정상적으로 되돌아 갈 것으로 보인다. 신인 좌완 김진욱 역시 체인지업 등 구종을 가다듬는 등 재정비의 시간을 주고 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던 나균안은 1군에서는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나균안은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래리 서튼 감독은 오는 16일 사직 KT전 선발 투수로 나균안을 예고했다.
타선 역시 이대호를 3번 타자로 올리고 4번 타순과 상위 타순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타순 조합을 실험하고 있다. 허문회 전 감독은 고정 타순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상대 투수와 특성에 맞는 라인업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휴식도 수반될 전망. 프런트가 바라던 현장의 이상적 조합들이다.
다만, 프런트와 현장이 한 배를 타고 책임감을 짊어지고 시즌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선수단과의 교감과 소통은 또 다른 문제다. 서튼 감독과 프런트는 선수단의 믿음도 다시 얻어야 한다. 현재 상황을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여러 변화의 이유들을 납득하게끔 설명해야 한다. 불통으로 망가진 팀이 또 다시 불통으로 망가지면 팀의 정상화는 영영 물건너 간다. 여기저기 불통의 흔적들이 도사리고 있는 롯데고 이를 단기간에 지워내야 팀도 빠르게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