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에는 터보 엔진을 연결할 수 없는 기술적 난제가 있는 줄 알았다. 토요타도 그렇고, 혼다도 그렇고 ‘쏘렌토’ ‘투싼’ ‘K8’ 이전의 현대기아도 그랬다. 그 동안의 하이브리드에는 자연흡기 엔진이 대종이었다.
현대기아 기술연구소에 문의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를 도입할 수 없는 기술적 난제는 없다. 다만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하이브리드에 가솔린 터보엔진을 쓰면 다운사이징 효과를 볼 수 있고, 고속 주행시에도 충분한 고출력을 얻을 수 있다. 전기모터의 효능이 떨어지는, 고속 주행시 출력 부족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맹점이었다. 단점도 있다. 터보이기 때문에 엔진의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미디어 시승에서 경험한 기아 ‘K8 하이브리드’는 1.6 가솔린 터보엔진에 전기 모터를 이종교합했다. 저 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단점들, 고속 주행에서 충분한 출력을 내지 못하는 증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일반 주행에서는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이, 고속 주행에서는 터보의 역동성이 잘 조화돼 있었다.
현대기아 기술연구소의 설명을 첨언하면, “연비와 동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1.6 가솔린 터보를 선택했다. 출력이 좋은 GDI도 괜찮았지만 터보를 넣으면서 성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6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점을 찾아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K8 하이브리드’에 들어간 1.6 터보는 최고 출력 180PS(마력), 최대 토크 27.0kgf·m의 동력성능을 지니고 있다. 배터리로 돌아가는 구동모터는 최고 출력 44.2kW, 최대 토크 264N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다.
두 가지 동력원이 모두 가동돼 낼 수 시스템 총출력은 230마력이다. 합산토크는 35.7kgf·m.
그 동안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총출력은 제원상 수치와 체감 동력성능 간에 간극이 있었다. 충분한 고출력으로 보이지만 실주행에서는 답답한 면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K8 하이브리드’는 달랐다. 저속에서는 토크가 좋은 전기차의 특성이, 고속에서는 출력 좋은 터보의 성능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연비는 더 놀라웠다.
17인치 휠을 달고 측정한 K8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8.0km/ℓ다. 미디어 시승에 동원된 차량은 18인치 휠을 달고 있었지만 113.3km를 주행하고 난 뒤 수치로 확인된 연비는 19.6km/ℓ가 찍혀 있었다. 높은 연비를 얻기 위해 조심스럽게 운전한 것도 아니었다. 달릴 때 달렸고,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서행했다.
종전 K7의 2.4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제원상 수치가 확연히 달라진다. K7 2.4 하이브리드 엔진의 최고 출력는 159마력이고 최대 토크는 21.0kgf·m이었다. K8의 1.6 터보는 약 13%, 29% 향상된 동력성능을 보인다. 연비도 또한 K7 하이브리드는 16.2 km/ℓ였다.
구동모터의 효율이 개선됐고, 12V 보조배터리 통합형 고전압 배터리 적용으로 차량의 중량이 줄어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다. 1.6 터보의 다운사이징 엔진도 연비 향상에 한몫했다.
1600cc 엔진을 쓰니 세제 혜택도 쏠쏠하다. 그랜저를 위협하는 준대형 세단이 소형차급 자동차세를 낸다. 저공해자동차 제2종으로 분류돼 공영주차장(서울시 기준)이나 전국 공항주차장에서는 요금을 50%나 감면받는다. 서울 남산 1,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도 면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사용하면 하이브리드 운전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몇 시간을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고, 연료는 연료대로 아낀다. 더 이상의 합리적인 선택지가 있을까?
K8 하이브리드의 트림별 가격은 노블레스 라이트 3,698만원, 노블레스 3,929만원, 시그니처 4,287만원이다. (개소세 3.5% 및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 반영 기준)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