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슴이 찡했다. 올해는 나도 우승 세리머니 순간에 있고 싶다.”
지난해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회자가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창단과 함께 팀의 초석을 다졌던 '강진 캠프'였다. 신인들과 트라이아웃을 거쳐 합류한 ‘외인 구단’의 인원들이 어엿한 프로 멤버로 성장해 나가던 시기였다. 혹독했던 강진 캠프를 거치고 생존한 선수들은 모두 지난해 우승의 핵심 멤버가 됐다. 나성범, 박민우, 노진혁, 강진성, 김진성, 원종현 등 투타의 핵심들이 강진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잊혀진 마지막 강진 캠프 인원도 있었다. 투수 최금강(32)이었다. 최금강은 인하대를 졸업하고 트라이아웃으로 NC에 입단했다. 신분도 육성선수였다. 하지만 2013시즌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2015년 78경기 6승5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3.71의 성적을 거뒀다.

이듬해인 2016시즌에는 52경기 11승4패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00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이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하며 팀의 한국시리즈에 나선 첫 토종 선발 투수라는 역사에도 이름을 올렸다.초대 김경문 전임 시절에 신임 받던 ‘마당쇠’였다.

그러나 2018시즌을 끝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잠시 잊혀졌다. 지난해 8월 소집해제를 하면서 당시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불안했던 불펜진에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우측 어깨 대원근 파열로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불발됐다. 결국 먼 발치에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올해는 어깨 부상 여파로 통영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1군에 올라왔고 지난 9일 수원 KT 더블헤더 2차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당시에는 2⅓이닝 4피안타 4볼넷 4실점 부진. 하지만 지난 14일 창원 KIA전에서는 1-2로 뒤진 7회 올라와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를 기록했다. 7회말 팀이 4득점에 성공하며 5-2로 역전을 거뒀고 최금강은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17년 6월 7일 마산 롯데전(5이닝 3실점) 이후 1437일 만의 감격의 승리. 최금강도 이제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경기 후 최금강은 많은 감정이 드는 듯 했다. 지난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했던 당시를 먼저 떠올렸다.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지난해 소집해제를 하고 무리하면서 처음으로 몸을 다쳤다. 1군 다시 오기까지 어려웠다. 타고난 재능이 많지 않았기에 노력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선수 자신도, 구단도 내심 바랐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구단에서도 내심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커녕 2군에서도 힘들었다. 구속이나 페이스가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 답답해서 혼자 훈련을 했는데 무리했고 부상을 당했다”고 되돌아봤다.
우승 순간 집행검 세리머니를 지켜보면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줄 알았던 그다. 하지만 결국 그 역시 트라이아웃을 거쳐 NC 유니폼을 입고 강진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스쳐갔다. 최금강은 “가슴이 찡했다. 나도 트라이아웃으로 창단 때부터, 그리고 강진 캠프부터 함께했다”면서 “우승을 했을 때 아무런 기분이 없을 줄 알았다. 아무 것도 안했는데 그냥 좋더라. 이제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저 세리머니 순간에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많은 감정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통영 캠프부터 차근차근 몸을 만들면서 정상 궤도를 찾았다. 그는 “통영에서 2군 코치님들과 함께 여러 가지를 수정했는데 한 주 한 주 괜찮아졌고 4월 20일 즈음부터 ‘이제 1군에서도 해볼만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을 찾은 타이밍에 운이 좋게 콜업됐다. 복귀전에서는 실망이 컸는데 다시 감독님, 코치님께서 믿어주셔서 간절하게 던졌다”고 밝혔다.
대졸로 뒤늦게 프로에 입단했고 군 복무도 서른이 넘어서 마쳤다.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는 “나이를 생각 안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젊은 투수들도 좋은 것을 확인했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자칫 경쟁 대열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이까지 왔다. 나이 생각을 안하려고 해도 안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결국 올해는 지난해 못다한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올해 우승할 때 함께 집행검을 뽑고 싶다”면서 “집행검이 아니면 다른 새로운 검이라고 함께 뽑고 싶다.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그 때까지 오늘의 간절한 마음을 잊지 않다보면 끝까지 우승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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