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처음부터 야구를 잘했을까? 참스승이 전한 유년시절 이야기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5.15 06: 04

“처음에는 (이)대호가 이렇게 국민타자가 될지 몰랐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4일 사직 KT전을 앞두고 뜻깊은 시구 행사를 마련했다. 15일 스승의날을 기념해 롯데의 상징이자 간판스타인 이대호의 어린 시절 스승인 신종세 감독(65)을 시구자로 초청한 것.
신종세 감독은 수영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대호의 재능을 발견하고 대동중학교로 스카우트한 뒤 2년 6개월간 자택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 참스승이다. 지금의 이대호를 있게 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신종세 감독은 이날 제자가 선물한 수제 맞춤정장을 입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시타자는 이대호. 이후 이대호와 특별한 포옹을 나누며 사제간의 남다른 정을 나눴다.
시구 후 만난 신 감독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이)대호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기분이 참 좋았다”며 “대호가 사준 정장을 입고 시구하니 더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밝은 미소를 보였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대호의 초등학교 시절은 어땠을까. 이대호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잘했을까. 신 감독은 “사실 그 때는 대호가 국민타자가 될지 몰랐다”며 “원래 공수주를 다 갖춰야하는데 공격과 수비는 상당히 뛰어났지만 뛰는 게 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살이 많이 쪘다. 그 때는 연습을 마치고 항상 목욕탕에 같이 갔는데 대호만 보였다”고 웃으며 “살을 빼기 위해 복근, 배근, 푸시업 운동을 항상 시켰다. 대호는 어린 나이에 그걸 참고 다 해냈다. 한여름에 런닝을 시키면 하체가 남들 두 배 크기라 허벅지 살이 부딪히면서 까지고 벌게졌던 마음 아픈 기억이 난다”고 수영초 이대호를 회상했다.
신 감독은 처음에 이대호를 투수로 키우려 했다. “스카우트 당시 워낙 체구가 커서 투수를 시키려고 했다”는 신 감독은 “뼈가 약해서 공을 던지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타격을 시켰는데 잘 쳤다. 맞히는 데 확실히 재주가 있었다. 또 수비할 때도 핸들링이 참 부드러웠다. 타고난 실력 같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신 감독은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이대호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그에게 자택의 방 하나를 내주는가 하면, 용돈도 종종 주면서 최대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신 감독은 “(이)대호는 어려운 형편에도 항상 부잣집 아들 같은 느낌이었다. 성격이 참 좋아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서글서글하고 밝은 선수였다”며 “내가 용돈도 한 번씩 주고, 또 다른 학부형들이 도와주면서 대호가 어린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종세 감독 / backlight@osen.co.kr
대동중을 졸업한 이대호는 이후 경남고를 거쳐 2001년 롯데 2차 1라운드 4순위 지명을 받은 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로 발돋움했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정복을 거쳐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고, 국가대표에서도 줄곧 중심타선을 책임지며 한국야구의 영광에 이바지했다.
신 감독은 “너무 뿌듯하다. 국가대표로 나오는 걸 보면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감격스럽다. 내가 가르친 선수였기 때문”이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이라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FA 계약을 맺은 이대호는 2022시즌 뒤 은퇴를 예고한 상태. 신 감독은 “남은 기간 건강하고 즐겁게 운동했으면 좋겠다”며 “은퇴 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대호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으면 계속 돕도록 하겠다”라고 제자의 남은 선수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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