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마이너리그 동료를 한국에서 감독으로 만난다. 추억에 잠길 여유도 없이 꼴찌 자리를 두고 '단두대' 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18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와 롯데의 주중 3연전은 외국인 사령탑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과 래리 서튼(51) 롯데 감독이 KBO리그 두 번째 외국인 감독 매치를 벌인다.
첫 외국인 감독 대결은 지난달 27~29일 광주 KIA-한화전으로 수베로 감독과 맷 윌리엄스(56) KIA 감독이 만난 바 있다. 당시 KIA가 3연전 모두 승리하며 윌리엄스 감독이 웃었다.
![[사진] 수베로-서튼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1/05/17/202105171724772235_60a287522a51b.jpg)
지난 11일 롯데가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으로 퓨처스를 이끌던 서튼 감독을 선임하면서 KBO리그 최초 외국인 감독 3명 시대가 열렸다. 서튼 감독의 첫 외국인 사령탑 대결이 수베로 감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30년 전 미국 캔자시스티 로열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수베로 감독은 "라이언 롱 롯데 타격코치와 1991년 캔자스시티 루키리그부터 같이 시작했다. 그 다음 레벨에 오르면서 1루수였던 서튼 감독과 같이 뛰었다. 그 이후에도 같은 캔자시스티 팜으로 인연을 이어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1992년 캔자시스티 산하 하위 싱글A 유진 에메랄드에서 세 사람이 같이 뛰었다. 당시 1루수 서튼이 70경기 타율 3할1푼1리 15홈런 58타점 OPS 1.030으로 중심 타선을 이끌었고, 3루수 롱은 54경기 타율 2할3푼 18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뒤늦게 콜업된 유격수 수베로는 7경기 타율 2할2푼7리에 그쳤다.
1993년 서튼과 롱이 상위 레벨로 올라갔지만 수베로가 승격되지 못하면서 세 사람이 같이 뛴 것은 199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서튼은 마이너 단계를 착실히 밟아 1997년 빅리그 데뷔 후 2004년까지 7년을 뛰었다. 2005~2007년 KBO리그에서 뛰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롱은 1997년 빅리그 데뷔했지만 6경기가 전부. 빅리그 꿈을 이루지 못한 수베로는 29세에 지도자를 시작했다.
돌고 돌아 30년 전 인연이 한국에서 이어졌다. 마이너리그 감독, 메이저리그 코치를 거친 수베로가 지난겨울 한화 감독에 부임했고, 2년 전 롯데 퓨처스 사령탑에 선임된 서튼 감독도 1군 감독으로 승격돼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추억을 떠올릴 여유가 없다.

한화와 롯데는 나란히 9~10위로 하위권에 처져 있다. 한화는 지난주 1승5패로 주춤하며 위기감이 감돈다. 수베로 감독의 리빌딩에도 첫 위기가 찾아왔다. 서튼 감독 역시 부임 후 1승4패로 고전하고 있다. 감독 교체 강수가 아직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나란히 2연패 중으로 서로를 제물삼아 치고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 밀리면 10위 벼랑으로 밀려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