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후 실망만 끼쳤다" 기쁨보다 반성, 지시완 꽃길 활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5.19 05: 32

더 이상 논란도, 설움도 없다. 롯데 포수 지시완(27)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롯데 이적 첫 홈런과 함께 꽃길이 열렸다. 
지시완은 18일 전 소속팀 한화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적으로 방문했다. 지난해 롯데로 이적했지만 경쟁에서 밀려 2군으로 내려갔고, 사생활 문제까지 겹쳐 1군 3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해 롯데는 대전에서 8경기를 치렀지만 지시완은 한 번도 원정길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도 1~2군을 오르내리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전임 허문회 감독 시절 중용받지 못하면서 뜻하지 않게 불공평한 기용 논란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주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 1군 승격 기회를 잡았고, 팀의 시즌 첫 대전 원정에 동행했다. 선발 포수로 친정팀 한화를 만났다. 지난 2014년 한화 육성선수로 프로 데뷔한 지성준에겐 좋은 기억이 많은, 추억의 장소. 1회 첫 타석을 앞두고 헬멧을 벗어 한화 팬들에 인사를 건넸다. 

롯데 지시완 /sunday@osen.co.kr

고향 같은 곳에서 지성준이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다. 롯데 이적 후 최고의 날이었다. 3회초 한화 선발 배동현의 4구째 139km 직구를 걷어 올려 이글스파크에서 가장 먼 중앙 담장 밖으로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1호 홈런. 한화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8월9일 광주 KIA전 이후 648일만의 한 방으로 롯데에서의 첫 홈런이었다. 
4-3으로 쫓긴 9회말 1사 1루에선 김원중의 2구째 원바운드된 포크볼을 자연스럽게 캐치한 뒤 빠르고 간결한 2루 송구로 노수광의 도루를 저지했다. 총알 같은 송구가 2루에 정확하게 날아왔고, 주자를 태그 아웃시킨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결정적 순간. 지난겨울부터 행크 콩거 배터리코치와 수비 보완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빛을 봤다. 지시완이 시작부터 끝까지 안방을 지킨 롯데는 4-3으로 승리, 2연패를 끊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9회초 1사 주자 1,3루 지시완이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rumi@osen.co.kr
경기 후 지시완은 "오랜만에 대전에 왔다. 계속 뛰었던 야구장이라 그런지 기분이 묘했다. 설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타석에서 (대전 팬들에) 인사도 했다"며 "홈런보다 도루 저지가 더 짜릿했다. 포크볼이었지만 상대가 도루를 해서 (블로킹 대신 캐치를) 한 번에 잡는 도박을 했다. 공이 마침 미트에 들어가줬다"고 말했다. 
타격 솜씨에 비해 수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지시완이었다. 홈런보다는 도루 저지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도루 3개를 허용하면서 3개를 잡아내 도루 저지율 5할에 달한다. 그는 "겨울 비시즌에 콩거 코치님께 연락을 드려 시간이 되면 같이 연습했다. 캠프에서도 훈련을 이어가 수비에서 자신감이 붙었다. 늘 원바운드가 온다는 생각으로 블로킹을 준비한다"며 "(7회 김대우 폭투는) 사인 미스였다. 제가 확실하게 사인을 못 내서 나왔다"고 수비 실수를 자책했다. 
수비가 일취월장했지만 누가 뭐래도 지시완의 강점은 공격에 있다. 아직 9경기라 표본이 크지 않지만 9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타율 4할1푼2리 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1군 복귀 후 4경기 연속 안타 포함 13타수 6안타 타율 4할6푼2리로 기세가 매섭다. 트레이드 당시 롯데가 지시완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이제야 나오기 시작했다. 
공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지시완은 인터뷰 내내 웃지 않았다. 한화 시절 항상 웃는 낯으로 천진난만했던 (개명 전) 지성준이 아니었다. 기쁨보다 반성이 먼저였다. 그는 "트레이드 당시 많은 기대를 받고 왔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실망만 끼쳐드려 항상 마음의 짐이 있었다"며 반성부터 한 뒤 "변명 대지 않고 야구장 안팎에서 항상 좋은 플레이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항상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를 마치고 롯데 김원중이 지시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umi@osen.co.kr
진지하고 성숙해진 지시완의 야구 인생에 꽃길이 활짝 열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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