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서 방출된 안영명(38)이 KT 유니폼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때 은퇴의 기로에 섰던 그는 현재 이강철 감독이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필승 카드다.
2003년 한화 1차 지명을 받고 무려 17년(2010년 KIA 제외) 동안 이글스맨으로 활약한 안영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2020시즌 성적이 39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91로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리빌딩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라는 명목 아래 친정팀의 외면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방출의 아픔을 겪으며 은퇴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던 그였다.
갈 곳 없는 안영명에게 막내 구단 KT가 손을 내밀었다. KT는 한화의 방출 발표 2주 뒤인 지난해 11월 20일 안영명 영입을 전격 결정했다. 당시 이숭용 단장은 “안영명은 프로 18년 동안 다양한 보직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성실한 베테랑 투수다. 불펜 뎁스 강화와 함께 투수진 안정화를 위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강철 감독 또한 충분히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구위라는 확신 아래 안영명 합류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KT의 시선은 정확했다. 안영명의 올 시즌 기록은 17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1.89. 그가 지난해 방출선수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초반 추격조 또는 패전조를 맡으며 새 팀의 분위기에 적응했고, 4월 말부터 점차 안정된 구위를 뽐내며 최근 필승조까지 도약했다. 18일 수원 두산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비롯해 최근 4경기서 3홀드를 수확, 팀의 상위권 도약에 큰 힘을 보탰다. 홀드왕 주권의 초반 부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안영명의 활약이 반가운 KT다.
사령탑이 꼽은 안영명의 부활 비결은 투심. 18일 두산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안영명은 원래 작년에도 나쁘지 않게 봤다”며 “2019년 투심이 좋았는데 2020년 직구를 쓰면서 안 좋아진 케이스다. 우리 팀에서는 직구를 버리고 투심, 슬라이더 활용을 권했고, 여기에 최근 직구 구속까지 상승하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안영명은 향후 보다 더 중요한 승부처에서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근소한 승리 뒤에는 모두 안영명의 부활투가 있었다. 이 감독은 “경험이 많아 타자들과의 템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또한 제구가 되는 투수라 큰 걱정이 없다”며 “이제는 (안영명을) 어느 상황에서든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backlight@osen.co.kr